노무현 대통령이 6일 열린우리당 집단탈당와 관련, “당을 쪼개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 여부 및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해, 노 대통령이 향후 대선정국을 주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DJ-YS 이후 당 쪼개고 성공한 사례 없어”
노 대통령은 이날 김근태 의장, 장영달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 및 개헌특위 위원들과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탈당사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찬에 참석했던 민병두 의원 브리핑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집단탈당 사태와 관련 “과거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는 60년대 말부터 국민들에게 강한 명분이 각인된데다 지역에서 강력한 열망이 있어서 당을 가르고도 또는 탈당해서도 각기 대통령이 됐다”며 “이후에는 당을 쪼개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주영씨의 국민당도 창당 때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막판에는 천막치고 나갔다"고 원색적 비유를 하기도 했다.
"신발끈 동여매고 준비할 사람은 준비하고 밖에 연대할 사람은 연대해야"
이에 대해 김근태 의장과 임종석 의원 등은 “전당대회 직후 공감대를 확산시켜 대통합을 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다. 논의의 중심을 확보해 대통합을 향해 가야한다"며 "우리의 틀만을 고집할 수 없다. 우리를 받치는 그릇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2.14 전대후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가 반대한 것은 하나다. 지역당이 되는 것이며, 그 이외는 반대 안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신발끈을 동여매고 준비할 사람은 준비하고 밖에 연대할 사람은 연대하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 후보를 다 밟고가서 언제 오는 후보만 찾을 수 없지 않는가. 열린우리당 후보가 버릴 기득권이 무엇인가. 불출마 선언 밖에 더 있는가. 밖에서 못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 해체부터 하자고 해 반대한 것이다. 당의 흐름을 놓아버리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열린우리당 내부인사들도 대선출마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또 "당이 순리로 정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내 후보도 뜨고, 당외 인사도 들어오려고 한다"며 "정치 원칙을 지키면 금방 뜬다"고 당의 지지율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열린당 탈당과 관련해서는 "다시 말하지만 당에 걸림돌이 된다면 당적 정리한다"며 "이건 이미 수차례 언급했다"며 더이상의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집단탈당한 6일 노무현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 및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개헌 안되더라도 제기"
노 대통령은 개헌 문제와 관련해선 “정치적 의제가 제기됐는데 논의가 차단된 것은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사회가 이를 방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언론 및 지식인 사회가 동조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사회의 합리적 기초와 지성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이런 속에서 정치가 살아있는가 싶다. 국정은 극도로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행위인데 현실이 안타깝다”고 거듭 개헌 논의가 일지않는 데 대한 실망감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이 안되더라도 제기할 것이다. 20년만에 오는 주기를 그냥 넘어가고 책임을 방기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해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개헌을 발의할 것임을 재차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김근태 의장은 "원포인트 개헌은 저 김근태 정치인 개인으로서 소신"이라고 말하는 등 참석자들은 모두가 노 대통령의 개헌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盧 탈당 여부 불투명, 2.14 전대회후 '2차 탈당사태' 예상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집단탈당으로 열린우리당이 제2당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돼 향후 추가탈당 등을 초래할 전망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탈당 여부 및 시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열린우리당 중심의 정계개편 및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대선출마를 주문한 것은 노 대통령이 계속해 향후 대선에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으로도 풀이돼, 그동안 탈당을 늦춰온 수도권 초재선 등 상당수 의원들의 2차 탈당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신기남 의원 등 당 사수파는 2.14 전당대회에서 김근태-정동영 등의 주장과는 반대로 신당 창당 결의를 할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 간판 고수를 강력 주장하고 있어, 2.14전당대회를 계기로 '2차 집단탈당'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