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박근혜 진영으로부터 후보검증 공세를 당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1일 작심한듯 “요즘 나를 향한 음해와 모략, 흑색선전이 당 밖으로부터가 아니라 당 안으로부터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박근혜 진영에 맹반격을 가했다.
이명박 "음해와 모략, 당밖 아닌 당안에서 진행돼"
이 전 시장은 이 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남을 인정하고 장점을 배우기보다는, 깎아내리고 끌어내리려고만 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의 정치는 정책을 내세워 서로가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플러스의 정치’가 아니라 서로가 공멸하는 ‘마이너스의 정치’”라고 개탄했다.
그는 “지금 나를 둘러싸고 근거 없는 소문들이 유포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들이고,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이미 여러 차례 사실무근임이 확인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많은 정적들이 나에게 정치적으로 상처를 주고자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거짓을 가지고 했기 때문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일”이라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요즘 저를 향한 음해와 모략, 흑색선전이 당 밖으로부터가 아니라 당 안으로부터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제가 한나라당에 있는 것인지, 열린우리당에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라고 박근혜 진영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캠프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
박근혜 캠프의 후보검증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1일 직접 박캠프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국민들 오해 갖게 돼 대선 패할까 우려돼"
이 전시장은 “‘국민의 의식은 저만큼 앞서 가고 있는데 일부 정치인의 의식은 아직도 먼 옛날의 수준에 머물러 있구나’ 하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며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일이 계속되면 한나라당에게 표를 주어야 할 국민이 ‘잘은 몰라도, 뭔가 있긴 있나 보다’ 하는 오해를 갖게 되는 일”이라고 후보검증 공세가 몰고올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는 “지난 2002년의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정도의 도덕적 하자가 있어서 패했냐”고 반문한 뒤, “후보에게 문제가 있었다고보다는 한나라당이 후보에게 집중되는 네거티브 공세를 막지 못한 데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후보가 유언비어로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당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며 “시간이 지나 의혹이라고 했던 모든 것이 결국 거짓으로 밝혀지고 관련자들은 법적 책임을 졌지만, 이미 정권은 넘어간 뒤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똑같은 일로 두 번씩이나 스스로 우리의 발등을 찍을 수는 없다. 힘을 합쳐서 우리 후보들을 상대 당의 음해공작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라며 “빼앗긴 정권을 되찾는 데는 빼앗길 때의 고통과 수모보다 더한 열정과 목숨을 건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전략이나 전술이 아니라, 하나가 된 마음과 결단”이라며 “헐뜯고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왜 '무대응 전략' 포기했나
이 전시장의 반격은 그동안 반격은 측근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해온 것과 비교할 때 대단히 이례적인 맹반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전시장이 이렇게 전면에 나선 것은 박근혜 캠프의 정인봉 법률특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에 대한 3~4개의 의혹을 밝히겠다고 선언하는 등 박근혜 캠프의 공세가 조직적 양상을 띄는 등 위험수위를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박근혜 캠프 공격에 따라 자신의 지지율이 하향 조정 양상을 보이는 반면, 손학규 전 지사가 반사이익을 얻는 듯한 양상을 사전 차단하지 않을 경우 상황이 간단치 않게 흘러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손 전지사 지지율은 두자리 숫자에 육박하는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박근혜-이명박의 네가티브 갈등에 혐오감을 느낀 30~40대가 손 전지사쪽을 주목하는 뚜렷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해 이 전시장측을 긴장케 하고 있다.
한편 당초 오는 13일 폭로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정인봉 특보는 박 전대표의 만류 등으로 일단 기자회견을 보류했으나 상황에 따라선 언제든지 기자회견을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이명박-박근혜 갈등은 설 이후 극한 상황으로 치닫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