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연루 혐의로 2003년부터 미국에 도피중인 무기중개상 김영완씨(54, 미국명 영 킴)가 지난해말 극비리에 한국에 밀입국한 사실이 국가정보원에 의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는 김씨가 이명박 전서울시장을 겨냥한 모종의 정치적 음모에 관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아왔기 때문이다.
김만복 국정원장, "김영완 입국 흔적 있어"
21일 국회 정보위와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김씨가 두 달 전 국내에 가명으로 입국해 자신의 죄를 탕감받는 '빅딜'을 전제조건으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며 한나라당의 유력대선주자를 흠집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는 한나라당 정보위원의 질문에 대해 “출입국 기록을 보니 그런 흔적이 있는 것 같아 조사를 지시했다”고 답했다.
김 국정원장은 그러나 ‘빅딜’ 부분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관심사는 그가 대북송금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로 그가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이지, 빅딜설은 국정원이 확인하거나 조사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정원장의 '김영완 밀입국' 사실 확인은 그동안 정치권 및 재계-언론계에 파다하게 나돌아온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해준 것으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김씨는 2003년 대북송금 특검때 "99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 이익치 전 현대증권회장으로부터 받은 비자금 1백50억원을 박지원 문광부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뒤 미국으로 도피해 현재까지 기소중지 상태에 있는 인물. 때문에 그의 입국 사실은 법망을 무력화하는 행위로, 이처럼 위험한 행위를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말 국내에 밀입국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김영완씨.
<선데이저널> 최초 보도 "한국에 3일 머물며 실세들과 만난 뒤 일본서 에리카 킴도 만나"
김영완 국내 밀입국설은 국내언론이 아닌 해외교포신문에 의해 가장 먼저 보도됐다. 미국의 <선데이저널>은 지난달 25일 '소문'임을 전제로 "김영완씨가 지난해 연말 한국여권이나 미국여권이 아닌 제3국여권(캐나다여권으로 추정)을 소지하고 한국에 극비 입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여권의 핵심실세를 만나고 돌아가는 중에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씨와 연관이 있는 인물을 일본 도쿄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선데이저널>은 또 "이명박씨와 연관이 있다는 인물은 다름아닌 에리카 킴 변호사로, 이명박씨와 함께 사업을 했다가 수백억원의 공금을 해외로 빼돌린 사기혐의로 고소돼 2004년 LA자택에서 체포돼 현재 연방교도소에 수감되어 송환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전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 대표인 김경준씨의 친누나"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미국 현지 소문을 전한 <선데이저널>은 "본국에 약 3일정도 머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김씨의 입국설이 사실이라면 국가기관이나 정치권의 비호세력 없이는 불가능한 엄청난 사건으로 금번 대선에 상당한 중요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인다"며 "김씨가 만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여권실세이자 김씨 입국을 도운 것은 K씨, P씨, H씨로 압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저널>은 이밖에 "더욱이 김씨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일본에서 이명박씨가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인물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여권의 중요 정보원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데이저널>은 일명 '에리카 킴' 의혹으로 제기되는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에리카 킴, 김경준 관련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국내 정치권, 정보기관 등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국 현지 교포신문이다.
<선데이저널> 보도후 국내에는 김영완 밀입국설이 빠르게 확산되며 각종 의혹을 확대재생산했고, 마침내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에 의해 그의 입국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대법원, 김영완의 '박지원 1백50억 수수 진술' 허위로 판결
문제의 김영완은 노무현 정권 출범후 대북송금 특검을 수사하는 과정에 최초로 그 이름이 드러난 미지의 인물. 무기중개상인 그는 특검 수사를 받는 과정에 "99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 이익치 전 현대증권회장으로부터 받은 1백50억원 어치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박지원 문광부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 박 전장관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그후 극비리에 출국, 현재 기소중지된 상태다.
김영완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언론의 집중취재로, 2002년 3월 김씨의 평창동 집에 떼강도가 들어 1백억원대를 도난당한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경찰 고위간부들이 개입해 철통 같은 보안수사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고 그가 강남에 7백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산가임이 드러나는 등 그에 대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박지원 전장관에 대한 김영완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4년 11월 대법원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1백50억원의 양도성예금증서를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이익치 전 회장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고, 김영완씨가 외국에서 작성한 진술서는 그 작성 경위와 방법이 비정상적이고 내용도 의심스러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판결했다. 법원은 지난해 9월28일 검찰의 재상고로 이뤄진 상고심에서도 재차 같은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대법원 확정판결로 더욱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수 밖에 없어진 김씨가 지난해말 구속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국내에 밀입국했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의혹을 낳기에 충분한 사안이어서, 향후 정치권에 일파만파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