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이 '한명숙 대안론'을 선두 제창하며 본격적으로 '한명숙 띄우기'에 나섰다.
한명숙 총리는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인 오는 7일 총리직에서 물러나 열린우리당으로 복귀할 예정. 한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대선 출마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민 의원의 '한명숙 띄우기'는 여권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병두 "한명숙 앞으로 1백일간 잘해야"
민 의원은 28일 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띄운 '한명숙총리를 주목한다'는 글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간 경쟁간 파열음의 종착역이 어디일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며 한나라당 검증 갈등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낸 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리그가 이미 오래되고 낡은 리그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전시장은 얼마 전에 지적한대로 고평가된 거품주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약보합 상속주인 박근혜 전대표는 권력의지는 보여주고 있으나 신선함이 없다. 여타 후보는 리그전의 악세사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민 의원은 "그들의 과거리그는 이제 내리막길을 향해 가고 있는 반면, 우리는 동절기를 끝내고 오르막길을 향해 가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권재창출 시나리오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정운찬 전총장, 문국현 사장, 강금실 전장관, 박원순 변호사는 좋은 포트폴리오로 그 자체가 ‘미래’를 상징한다"며 "그러나 이들이 결심을 하고 뉴리그, 미래리그에 합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의 대선 출마 결심이 빨라야 6월께나 될 것이라는 전망인 셈.
그는 열린당내 대선주자인 정동영-김근태-김혁규에 대해선 "그 사이 우리 안에서는 정동영 전장관 등이 꾸준히 변신을 하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동영전장관과 김근태전의장, 김혁규의원에게는 리스타트가 필요하다"고 부정적 평가를 했다.
그는 따라서 "정운찬전총장, 문국현사장, 강금실전장관, 박원순변호사가 합류하는 ‘빅리그’(Big League)가 출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그 사이에 한명숙총리가 있다"고 본격적으로 '한명숙 역할론'을 펴기 시작했다.
그는 "한명숙총리는 3월초에 대선전에 뛰어든다. 판을 1차적으로 붐업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정체되어 있는 우리의 판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며 "한명숙총리가 어떻게 판을 요동치게 하느냐에 따라 결선에 오를 수도 있고 페이스메이커에 그칠 수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한명숙총리의 준비정도와 권력의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명숙총리는 화합과 통합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현재의 대선 판에서 어떤 후보도 갖고 있지 못한 장점과 덕목을 갖고 있다"며 "한명숙총리가 우리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정반합의 합을 이루어낸다면 지도자로서 뚜렷한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한명숙총리가 앞으로 100일간의 스타트를 잘 한다면 그와 우리 진영 모두에게 축복"일 것이라며 "넝쿨처럼 우리의 모든 후보들이 서로 의지하고 경쟁하며 상승할 것"이라고 '100일 기회론'을 폈다.
그는 "우리의 기대대로 외부인사들이 합류해서 진정으로 빅리그 뉴리그, 미래리그, 꿈의리그를 만든다면, 그 아름답고 풍부한 포트폴리오에 국민들이 감동을 할 것이고 올드리그 과거리그를 외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대선 출마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명숙 국무총리가 노대통령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은 정권 재창출 '중간 불쏘시개'?
민 의원 주장은 현재 여권이 내심 추구하고 있는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를 보다 극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 총리는 이미 대선출마 결단을 내리고, 당 복귀후 행할 자신의 역할찾기에 본격 나선 상태. 한 총리는 당 복귀후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본격화하기 위해 당 복귀후 자신이 맡을 역할 등에 대해 다각적 분석작업을 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사학법-출총제 등에서 급속히 보수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한 총리가 대립각을 세우며 당내 개혁진영의 지지를 모으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야출신인 한 총리는 민평련 등 김근태계외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특히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총리가 이렇게 할 경우 2차 집단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들 개혁세력의 발목을 잡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김대중 전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동교동계와의 관계 개선에도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한 총리가 평양 출신인 점을 최대한 활용, 2.13 합의를 계기로 급진전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반도 해빙 과정에 평화 전도사로서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고, 여성이라는 점을 앞세워 당 안팎의 여성계 지원을 조직화해내는 역할도 할 전망이다.
문제는 그러나 과연 한총리가 끝까지 범여권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여부. 민병두 의원이 "앞으로 100일간 스타트를 잘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인 대목은 이래서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100일후는 6월, 민의원이 정운찬 등 범여권 대선후보들이 결단을 내리고 대선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시기다. 일각에서 민 의원 등 여권 정권재창출 전략팀이 한 총리를 6월까지의 중간 불쏘시개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한 총리가 중간 불쏘시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