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직원 '화장실 앞 근무' 파문...오너는 해외도박 구속
신안그룹 계열사 휴스틸 파문, 사측 "본인이 선택한 것" 발뺌도
휴스틸은 오너가 해외 상습도박을 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문제적 기업이기도 하다.
23일 고용부에 따르면 휴스틸은 지난해 9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과장 및 대리급 직원 98명에게 희망퇴직 명목의 사직원 제출을 요구해 87명의 사직원을 받았다. 이 중 10명은 다음달 사직원이 수리돼 일자리를 잃었다.
실직한 10명 직원 중 3명은 "명목상 희망퇴직이었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에게 사직원 제출을 강요한 부당 해고였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고, 이에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신청을 받아들여 복직 판정을 내렸다.
SBS에 따르면, 사측은 복직 판정을 받고 지난달 29일 출근한 부장, 과장급인 이들 3명에게 직원들이 다니는 화장실 앞에 1인용 책상을 놓고 앉아 있도록 했다. 컴퓨터나 전화기도 안 주고 앞을 보고 앉아있으라고 지시했다. 15년 정도 다닌 여자 과장 역시 화장실 옆 사무실 안내판 앞에 앉혀 놨다.
복직자 A씨는 이에 "복직하러 왔지 이렇게 화장실 앞에서 앉아 있으려고 온 건 아니다라고 계속 항의를 했다"고 밝혔고, 복직자 B씨는 "회사가 너무 잔인하다, 내가 이런 회사를 다녔던 것이 맞나…. 평생 잊지 못하는 그런 날일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회사측은 내부 보안 규정이 담긴 근무 수칙에 서약을 하지 않았고, 사무실에 자리가 없어 책상을 밖에 놓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 회사 관계자는 더 나아가 "화장실 앞에서 저희가 근무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는 황당한 발뺌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직자들이 출근 첫날 녹음한 파일에 따르면, 사측은 "위치는 14층 화장실 옆이고요. 분명히 지시합니다. 위치는 14층 화장실 옆"이라고 분명히 화장실 앞 근무를 지시했다.
화장실 앞 근무는 복직자들이 노동청에 신고하면서 하루 만에 끝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홀로 앉아 있거나,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SBS는 덧붙였다.
보도를 접한 고용노동부는 23일 휴스틸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화장실 앞 근무라는 비인격적 대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 아래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키로 했다.
앞서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은 올해 초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책상에 앉아 벽만 바라보게 하는 '면벽 근무'를 시켜 물의를 빚은 바 있고, 조아제약도 지난달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으로 복직한 직원 이모씨의 책상을 벽을 혼자 보고 있어야 하는 곳에 배치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이는 등 기업들의 횡포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휴스틸의 최대 주주는 신안그룹 박석순 회장(72)과 그의 일가로, 박 회장은 대출알선 명목으로 4억여원을 수수하고 증거위조를 교사한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에 마카오에서 수억원을 걸고 수차례 도박한 상습도박 사실이 드러나 징역 10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법원은 지난 16일 판결에서 "피고인은 이미 동종 범행으로 집행유예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2년 넘는 기간에 상습적으로 도박했다"며 "도박 참여자들에게 도박자금으로 수백만∼천여만원을 대여해 이득을 취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추가실형 선고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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