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15일 중도통합신당 창당을 표방하는 단체 창립식에 참석, 수구보수 및 무능한 진보의 몰락을 예고하며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해 특단의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손학규 "새로운 정치질서 출현은 당위"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전진 코리아’ 창립대회에 참석했다. 전진 코리아는 386세력이 주축이 된 조직으로,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 한나라당 등 기존 정당과 정치세력을 넘어서는 ‘중도통합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창립대회 축사를 통해 “한반도 대전환의 시대에 창조적 발상을 가지고 창조적 리더십을 만들어서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여러분들은 이 자리에 오셨다”고 전진 코리아 출범을 축하한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국관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금 앞뒤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얼마전에 삼성 이건희 회장께서 말했듯 앞으로 5~6년 후에 큰 혼란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이미 IT 산업은 성장동력 산업이 아니라는 판단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국 경제의 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위기적 상황이 반드시 위기가 아닌 커다란 좋은 기회가 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해빙을 호기로 규정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을 당위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는 단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올 것이고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능한 진보는 이 사회를 더 이상 책임질 수 없고 마찬가지로 수구보수도 이 역사를 책임질 수 없다”며 “무능한 진보와 수구세력은 다 같이 역사를 거꾸로 읽고 있다”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질타했다.

그는 “전진코리아의 많은 구성원들이 386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러분들은 잘못된 386세대, 역사를 거꾸로 읽는 386세대의 피해자들"이라며 '친노 386'을 강력비난한 뒤, “이 자리는 386세대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적 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했다.

이 날 출범식에는 김부겸,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원희룡,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김종인 민주당 의원, 신국환 국민중심당 의원 등이 '제3의 정치세력' 창출 주장파들이 대거 참여했다.

전진 코리아는 4~5월 지역을 돌며 강연회와 지부 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진 코리아 공동대표로는 최배근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 김윤 한국세계경제화포럼 대표, 김유식 (주)디지탈인사이드 대표이사 등이 추대됐다.

"손학규, 언론보도도 접하지 않고 장고 중"

한편 손 전 지사는 이날 취재진의 향후 거취를 묻는 끈질긴 질문에도 “묵묵부답”이라며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박종희 비서실장은 “새롭게 정치를 하려는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격려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손 전 지사의 축사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손 전 지사의 경선불참 가능성에 대해서도 “너무 앞서가는 보도”라며 “한나라당에서 경선 룰을 확정하는 순간, 우리 입장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손 전 지사는 요즘 언론 보도도 접하지 않은 채 오직 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손 전지사가 특단의 결단을 숙고중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