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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한나라, 정권교체 자격 없어"

"한나라, 북한핵 위협에 굴복" 맹비난, 정계복귀 수순밟기?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는 16일 최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전환에 대해 "정책기조를 무조건 바꾸겠다면 그것은 스스로 정체성을 포기하고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난, 정계복귀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포퓰리즘에 빠져"

이 전 총재는 이날 오후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측근인 백승홍 전의원의 대구발전연구회 초청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한나라당의 변신을 비난했다.

그는 "평화.통일 무드가 확산되면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미리 기류에 편승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때이른 평화무드에 휩싸여 대북정책 기본방향을 바꾸겠다, 상호주의 원칙을 바꾸겠다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을 포기하고 포퓰리즘에 빠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연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대선과 `8.15'를 앞둔 시점에 정상회담을 한다고 나오는 것은 대선을 위한 `깜짝쇼'"라며 반대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서도 "지역주의라든지 그런 것을 책임있는 정치원로가 나서 되살리거나 해서는 안 된다. 그 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싶지 않지만 과거 햇볕정책의 실패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야당주자 공격 발언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야당 주자에 대해 비판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공정치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16일 대구를 찾은 이회창 전총재가 특강에 앞서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정권교체 주장할 자격 없어"

이 전총재는 이날 강연에서도 한나라당의 변신을 맹비난했다.

그는 우선 2.13 합의와 관련,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한 어떠한 타협이나 보상도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번에 슬며시 물러서고 말았다”며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번 2.13 합의에서 북한의 기존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언급했어야 했다”고 미국의 배신을 비난했다. 그는 “만일 핵시설의 불능화 후에 현존 핵무기에 대해서는 폐기하는 대신 북한 밖으로의 이동ㆍ확산을 저지하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우리에게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며 “핵국가인 북한을 머리에 이고 그 협박에 굽실거리는 재앙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2.13 합의에 관해 주의할 점은 핵시설의 불능화를 비롯한 핵문제 해결의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에 북핵 위기가 끝난 것처럼 평화무드가 퍼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것은 바로 북의 정치적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도가 높다해서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며 금년 대선에서 비좌파정권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비좌파세력들이 나서서 이러한 깜짝쇼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들께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그런데 한나라당은 평화무드, 통일무드로 대선에서 불리해질까봐 스스로 대북정책을 수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바로 북의 핵전쟁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그는 “아직 북이 핵무기 포기를 결단했다고 볼 아무런 징후가 없는 상황에서 미리 분위기 변화에 편승하고자 변신한다면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며 한나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이제 막 첫걸음을 땐 단계에서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앞서가고 부추기는 정부와 여권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한나라당이 오히려 이러한 기류에 편승하여 입장을 바꾼다, 정책을 고친다 하면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한나라당은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고 거듭 비난했다.

한편 이 날 이 전 총재는 평소와 달리 지방 행정, 교육, 무역 분야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 대선주자의 유세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서 자신에 대해 “나는 법관으로 30년 넘게 일하는 동안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 존중을 일관된 신조로 삼았다”며 “정치에 들어와서도 나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의 실현과 확산이 정치신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대법관, 국무총리를 거친 사람으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정치에 들어온 사람으로 당시 정치권 안에 특별히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내가 필마단기로 정치판에 들어왔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나는 오직 내가 가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으로 낯설은 정치판에서 버텨냈고 마침내는 총재, 후보도 되었던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계복귀 의지가 강하게 읽히는 대목이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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