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을 앞두고 16개 여론조사기관을 상대로 선거법 준수 여부에 대한 대대적 조사에 착수,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관위, 16개 여론조사기관 일제 조사 착수
선관위는 15일 지난 주 16개 여론조사기관들에 공문을 보내 올 초부터 언론에 발표한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의 질문지와 조사설계서 등 자료 일체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일제 조사에 착수한 것은 그동안의 여론조사 방법을 검토해본 결과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 다수 적발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미 상당한 문제점을 파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선관위가 대선 또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기관에 대해 대대적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 따라서 그 배경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측 여론조사 불신 계속 제기
여론조사는 이번 대선에서 대단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근혜 전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최근 강재섭 중재안을 놓고 탈당 직전까지 극한 갈등을 벌였던 것도 바로 여론조사 때문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대선후보 결정때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무이하다. 여론조사의 고장인 미국에서도 그렇지 않다. 문제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뒤지는 후보측의 여론조사 불신이 크다는 것이다.
박근혜 진영은 그동안 끊임없이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최근에는 갤럽과 야후가 공동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신빙성을 문제삼아 발표하지 않자 이를 이명박 전시장에게 불리한 조사결과 '은폐'로 규정한 뒤 대대적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박근혜 진영은 이 전시장측과 '강재섭 중재안' 공방이 한창이던 최근 "지난 13일 캠프에서 실시한 주간여론조사결과 박 전대표가 이 전시장을 1%대까지 추적했으며, 당원 조사에서는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명박 진영은 "박캠프 자체에서 ARS로 자의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양측이 여론조사 신뢰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거듭하는 미묘한 시점에 중앙선관위가 16개 여론조사기관 전체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하니,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조영식 중앙선거관리위 사무총장을 비롯한 중앙 및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과 사무국장들이 17대 대선 공정관리를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니페스트실천본부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와 정치컨설팅 병행"
중앙선관위가 여론조사기관 전면 조사에 착수한 것은 박근혜-이명박간 공방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보다는 최근 공정선거 감시기구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제기한 '여론조사기관의 모럴 해저드' 문제가 보다 큰 작용을 했다는 전언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방송3사를 포함하여 중앙언론들은 위탁 방식을 통해 17대 예비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행방식의 여론조사는 '여론'은 없고 '위험'만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천본부는 “사실상 17대 대선에서의 여론조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방송3사를 포함하여 중앙언론들이 인용 보도하는 다수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여론조사와 정치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관은 여론을 핑계 삼아 상징적 조작을 할 목적으로 특정 후보 측에 유리한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천본부는 “일부 방송과 언론사는 표본추출의 엄격성은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면접자가 응답자를 임의대로 선정하거나, 기초적 요건조차 무시한 자동응답시스템(ARS) 간이 여론조사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무책임을 지적받고 있다”며 “언론은 언론다워야 하며 여론조사는 여론조사다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번 선관위 조사는 여론조사 방법의 문제점외에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제기한 모럴 해저드 문제도 포함되며, 이와 아울러 정치권에서 계속 나돌고 있는 "모 여론조사기관 인사가 모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등의 풍문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선관위 조사결과는 앞으로 한나라당이 여론조사기관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결정적 준거틀로 활용될 전망이어서, 선관위 조사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