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감사혁신포럼의 의장이 남미연수를 신청했던 34명 중 한 사람인 강동원 농수산물유통공사 상임감사의 저서를 단체구매토록 79개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 감사가 포럼 간사기관인 한전에 직접 공문을 시달토록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공문을 받은 기관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저서를) 대량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강 감사는 지난 2월 <제가 바로 무능한 낙하산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강 감사가 포럼 간사기관인 한전 담당 팀장에게 지난 4월 24일 직접 공문을 79개 기관에 저자의 개인계좌와 휴대전화 번호까지 명기하여 공문을 보내주도록 협조요청 메일을 보냈다"며 이메일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전은 이에 지난 4월 24일 '감사혁신 관련 도서구입안내'라는 공문을 공공기관 감사혁신포럼 의장 명의로 79개 공공기관 부서에 일괄 시달했고 이에 해당 기관들은 수십권 씩의 책을 회사 공금으로 구입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공문은 "공공기관 감사 혁신포럼 회원인 농수산유통공사 강동원 감사가 내부 감사의 역할 및 감사업무 혁신방향 등에 관하여 저술한 도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안내해 드리니 구입하여 업무에 참고하기 바랍니다"라며 ▲도서구입 방법 ▲문의전화 ▲송금계좌 ▲기타사항(영수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업자등록번호, 상호, 주소, 대표자 성명기재요) 등을 상세히 밝혀 사실상 대량 구매토록 유도하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재 확인된 것만 한전은 60권을 60만원(권당 1만원)에 회사공금으로 구입했고, 석유공사는 30권, KOTRA 10권씩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확인결과 대량 구매 기관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감사 혁신포럼이 소속회원인 특정감사의 저서를 사실상 대량 구매토록 의장 명의로 보낸 공문 ⓒ최병성 기자
김 의원은 "'공기업 감사는 청교도적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제가 바로 무능한 낙하산입니다>라는 책을 냈던 저자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본인의 책을 구매하도록 계좌번호까지 명기하여 구매 협조공문을 요청토록 한 것을 보니, 책 판매에 있어서는 유능한 낙하산임에 틀림없다"고 비꼰 뒤, "도서구입 강매행위가 청교도적 도덕성인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 감사원, 기획예산처의 특별감사, 국가청렴위의 조사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도 엄정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