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롱 리스트' 발언에 대해 "'정책실장으로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했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 실장이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100개의 롱 리스트가 있다고 했는데 롱 리스트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어떤 것에 대해 김 실장이 얘기했는지 알고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 3일 언론사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우리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OLED는 약 70개, 메모리 반도체는 약 500개의 공정이 있다. 이 공정을 다 거쳐야 완제품이 된다. 이 공정을 하나씩 보면서 일본에서만 수입할 수 있는 소재나 부품을 골라냈다. 골라내고 나니 '롱 리스트'가 나오더라. 그중 1, 2, 3번째에 해당하는 품목이 바로 일본이 이번에 규제한 품목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총리는 '대비책이 충분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문제된 반도체 소재들이 보관성에 문제가 있어서 다량의 재고를 확보해도 어려움이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에 나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업인들이 피를 말려가면서 재고 확보에 노력하는 모습을 제가 봤다"며 "굉장히 눈물날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이번 사태 해법과 관련해선 "양국 기업과 정부, 그리고 국민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까지 생각하면 상당히 오래 갈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 지도자들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지혜와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탑다운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안이 원만하게 해결될 때까지 책임지고 총리직을 수행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정치적 거취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김기선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는) 급기야 일본과의 경제전쟁까지 촉발시키려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충정은 그대로 수용하지만 일본과의 경제전쟁까지 촉발시키려 하고있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말로 그렇게 믿는가"라며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고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올해 3월 기준 재무재표상 삼성전자 재고는 31조4천억원, SK하이닉스는 5조1천억원이다. 이 정도면 삼성전자와 SK가 상당기간, 일정기간 버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으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완제품 재고를 몇 개월치 갖고 있으나 기업들이 더 걱정하는 건 이같은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와야 할 소재 부품으로, 소재 부품은 (수출규제)조치가 장기화되면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