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진통끝에 26일 부산에서 재개된 2차 합동연설회에서 전례없이 강도높은 어조로 이명박 후보를 융단폭격했다. 홍준표 후보도 이명박-박근혜 양쪽을 비판하면서도 이명박측에 더 강도높은 공세를 퍼부었다.
박근혜 "이명박, 본선에서도 TV토론 못하겠다 할 건가"
박근혜 후보는 이날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이미 이 정권은 정권을 연장하려고 힘을 합치고 있다. 저들이 힘을 합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반문한 뒤, "8월 20일 우리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장장 넉달동안 이 정권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을 할 지 여러분은 뻔히 알고 있지 않나"라고 이 후보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박 후보는 "또다시 5년 전의 비참한 좌절을 느껴야 하겠나"라고 반문한 뒤, "불안한 후보로는 안 된다. 후보가 된 다음 문제가 터지면 우리의 정권교체는 물건너 가고 만다. 불안한 후보로는 10년 교체의 한을 풀 수 없다. 약한 후보로는 안 된다"고 이 후보를 '불안한 후보' '약한 후보'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후보의 TV합동토론회 거부와 관련, "연설의 일정을 회피하고, TV토론을 못하겠다는 후보가 어떻게 야당을 이기겠나"라며 "본선에 가서도 TV토론을 못하겠다고 하겠나. 우리 한나라당은 치열한 경선으로 본선에서 반드시 이길 후보를 뽑아야 한다. 단 1%라도 불안하지 않을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반면에 자신에 대해선 "저 박근혜는 이 정권에 맞서 싸워서 져본 적이 없다. 이 정권이 민생을 팽개치고, 엉뚱한 일을 벌일 때마다 온몸으로 맞서 당당하게 싸웠다"며 "국보법을 지켜내니까 '수첩공주'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을 거부하니까 '독재자의 딸'이라고 했다. 수첩공주라 해도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도 저는 끄덕없이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론'에 대해서도 "기업을 해봤다 해서 나라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 아버지는 군인 출신이었고, 레이건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이었지만 경제를 살린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경제는 종합예술이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릴 것인가 국정수업을 하면서 자랐다"고 주장했다.
이명박-박근혜-홍준표-원희룡 후보가 후보 서약을 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이명박 "盧, 이명박 경선에서 후보 못되게 하는 데만 신경 써"
이명박 후보는 반면 직접 대응을 삼가하고 노무현 정권 실정을 비난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이 후보는 "네 마리의 용이라고 했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아시아에서 꼴지가 됐나. 많은 지도자를 만났지만 그 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라는 잘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를 본다. 서민이 어떻게 사는지, 세계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래 중국과 일본은 어떻게 돼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당할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경선에서 이명박은 후보가 되지 말게 하자는 데에만 머리를 쓰고 있으니 나라와 경제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노무현 정권을 비난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한 공약대로 됐다면 부산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일을 실현시키는 일"이라며 "그 일을 누가 할 수 있나"라고 자신의 실천력을 강조했다.
그는 "당원동지 여러분이 이 자리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모였다. 정권교체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금년에 무엇이 있겠나"라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든 저 자리에 있든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됐을 때 부산이 바뀔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조의금에 세금 내는 미친 놈 있나"
홍준표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을 동시에 비판하면서도 특유의 독설로 이명박 후보쪽에 보다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홍 후보는 우선 "어느 후보 진영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옛날에 사기업체에 있을 때 기업 경영을 도덕적, 윤리적으로 하나"라며 "기업 경영하다보면 돈 버는 데 눈이 보일 때가 있어 친인척에게 '저거 사봐라'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92년도에 정계입문하면서 그 이후에 정치권력을 이용해 돈을 벌었는지, 부정축재를 했는지 그렇게 물어야지, 어떻게 장사꾼에서 너 도덕적으로 장사했느냐고 물을 수 있나"라며 이 후보를 감싸는듯 했다. 그러나 우회적으로는 이 후보가 김재정-이상은씨 등에게 부동산투자 가이드를 한 게 아니냐는 힐난으로도 들렸다.
그는 이어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 전두환으로부터 세금을 냈냐고 젊은 의원이 그러는데 사실 아버지 죽어서 조의금 받은 것인데 그에 대한 세금을 내는 미친 놈이 있나"라며 "그 조의금이 지금 환산하면 3백억이다 해서 세금을 냈냐고 한다"며, 최근 이명박계의 박근혜 비난공세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제 서로 물고 뜯는 거 그만하자"며 "이명박 후보, 92년 정계입문 이후 땅투기 한 적 없죠? 박근혜 후보, 정계입문해서 열심히 했죠?"라고 말해, 정계입문전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을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원희룡 "'물에 빠진 불도저'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원희룡 후보는 "당 지지율이 50%를 넘고,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가 70%에 이르는데도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한가. 누가 저들에게 '한방이면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단 말인가"라며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정말 왜 이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나"라고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당초 사전연설문에는 "부산이 다시 일어서야 한다. '물에 빠진 불도저'로는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도시를 바꾸는 것은 '불도저'가 아니라 바로 문화와 상상력"이라고 이명박 후보를 비판했지만, 실제 연설에선 이 부분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