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중 귀국하겠다고 밝힌 BBK 금융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41)씨가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은 모두 이명박 후보 돈이며, BBK 등 세곳의 회사도 100% 이명박 후보 회사라고 주장하며 이 후보와 맺었다는 비밀계약서의 일부를 공개, 파문이 일고 있다.
김경준, 비밀계약서-계좌번호 등 공개
17일 <한겨레>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치소에 수감중인 김씨는 15일(한국 시각) <한겨레 21>의 의뢰를 받은 현지 변호사 데이비드 백과의 6시간 30분에 걸친 대면 인터뷰에서 “㈜다스가 BBK에 투자했다는 190억원은 엠비 리(MB Lee, 이명박)의 돈이며, 이 돈은 BBK· LKe뱅크, 이(e)뱅크증권중개 등 세 회사의 자본금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다스는 이명박 후보 맏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1대, 2대 주주로 있는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다.
김씨는 “LKe뱅크 자본금 60억원과 이뱅크증권중개 자본금 100억원, BBK 자본금 30억원 등 세 회사의 자본금 190억원이 모두 다스 투자자금에서 나왔다"며 "나는 전혀 투자하지 않았고, 세 회사 모두 100% 엠비 리(이명박)의 회사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또 "다스가 이명박 후보와 상관없이 나를 보고 190억원을 투자했다는데 당시 당기순이익이 얼마 되지 않았던 다스가 돈을 빌려서까지 이익금의 10배 가까운 투자를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씨는 다스의 투자금 190억원이 세 회사의 자본금으로 사용됐다는 증거로 다스의 1대주주인 이상은씨가 2000년 12월30일 인출한 돈이 LKe뱅크로 입금된 외환은행 울산지점 계좌번호와, LKe뱅크의 법인 장부 및 동원증권 계좌 등을 제시했다.
김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1년 2월21일 이 후보와 맺은 주식거래 계약서에 LKe뱅크와 BBK, 이뱅크증권중개의 지분을 100% 이 후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명기돼 있다”며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이 담긴 비밀계약서 맨 뒷장과 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씨는 “영문으로 작성된 30쪽 분량의 계약서 전체를 9월 한국에 귀국해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를 본 데이비드 백 변호사는 "(계약서) 서명자는 모두 3명이었는데 에이엠파파스(A.M.papas) 관계자와 이명박, 김경준 순서였다"고 전했다.
LKe뱅크의 공동대표이자 이뱅크증권중개의 1대 주주였던 이 후보는 지금껏 “비비케이는 김경준이 만든 회사로 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김경준씨가 금융사기사건을 일으킨 BBK 등이 모두 이명박 회사라며 비밀계약서를 공개, 파문이 일고 있다. ⓒ선데이저널
이명박측 변호사 "그런 계약서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어"
이에 대해 이명박 선대위의 법률지원단장인 오세경 변호사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김경준씨 쪽이 처음엔 다스가 190억원을 투자한 것이 아니라 24억원만 투자했다고 주장했었는데 주장이 자꾸 바뀐다”며 김씨 주장의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오 변호사는 또 “이 후보와 김씨가 LKe뱅크의 지분을 에이엠파파스(A.M.papas)에 일부 양도한 자금으로 이뱅크증권중개의 자본금을 충당했다”며 “따라서 다스의 190억원이 3개 회사의 자본금으로 쓰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작성했다는 주식거래 계약서에 대해 오 변호사는 “그런 내용의 계약서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