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역사공원' 놓고 정부여당-강기정 격돌

정부여당 "팔로군-조선인민군 행진곡 작곡" vs 강기정 "시대의 아픔"

2023-08-22 16: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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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48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정율성 역사공원'을 짓기로 한 데 대해 정부여당이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강행 방침을 밝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정율성은 광주 출신으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공부한 후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광복 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행진가'를 작곡하는 등 활동을 하다가 6·25 전쟁 중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중국 인민군의 일원으로 돌아와 전선 위문 활동을 펼쳤다. 정전 이후 북한에 정착했다가 1956년 김일성이 연안파를 숙청하자 중국으로 귀화했고 1976년 사망했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광주에는 ‘정율성로’도 있고 ‘정율성 생가’도 보존돼 있다. 음악제나, 고향집 복원 등에도 많은 세금을 썼는데, 안중근, 윤봉길도 못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냐"며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미화작업을 지켜 보고계실 독립지사와 호국,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솔직히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며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을 지냈으며,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하여 단장이 됐다.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6.25 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영웅’ 또는 '북한영웅'인 그 사람을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 도대체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물러터졌는지 답답하다"며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의 혈세를 마음대로 쓴다면,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강사빈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율성은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며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했고, 광복 이후에는 북한으로 넘어가 ‘조선인민군 행진가’를 작곡해 6.25 전쟁을 부추겼던 인물"이라며 "정율성의 친북, 친중 행적은 매우 명확하다. 북한 정부 수립에도 기여한 바가 있으며 그가 만든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6.25 전쟁 당시 남침의 행진곡으로 쓰였고, 이후에는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까지 오른 인물"이라고 가세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몸을 던져 헌신한 여러 독립유공자도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 와중에 대한민국이 정말로 기억해야 할 인물인지에 대해서조차 논란이 있는 이에 대해 공원까지 조성해 기념한다면,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한다"며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라며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특히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가 겸 음악가로 활동하다 중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라며 "그 아픔을 감싸고 극복해야 광주건, 대한민국이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며 거듭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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