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주택건설부양' 논쟁 확산
시민계 "환자에게 마약 투여" vs 한나라 "재건축 규제 해제"
이명박 후보는 최근 미분양대란에 따른 지방건설사 연쇄도산 사태와 관련, "지금은 주택건설경기를 부양할 때"라며 "재개발과 재건축을 부동산정책의 근간으로 삼겠다"고 밝혀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토지정의 등 시민단체들은 "환자에게 마약을 먹이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 집권시 대재앙이 도래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서고, 이명박 후보측은 즉각 반박에 나서는 등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노당 "개발지상주의라는 철 지난 처방전 꺼내들어"
황선 민노당 부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어느 지역이든 간에 도시를 재개발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공급확대를 통해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는 이명박 후보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거론한 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택의 희소가치가 높아서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만인이 아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황 부대변인은 "지금도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중소건설업체의 부도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과도한 개발지역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주택의 과잉에도 불구하고 무주택 가구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공급확대는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 처방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땅 투기와 재개발로 내 주머니가 두둑해진다고 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나아지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개발지상주의라는 철 지난 처방전을 흔들며 미래를 약속하는 후보에게 국민들이 더 이상 현혹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지정의 "죽어가는 환자에게 마약 주는 꼴"
20개 시민단체 모임인 토지정의시민연대도 14일 논평을 통해 '지금은 주택경기를 살리 때'라는 이 후보 발언에 대해 "이 후보의 말에서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 의지를 읽을 수 있다"며 "이러한 말은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개발공약 남발과 다름없는 구태의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지정의는 이어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지적이 되었듯이, 현재 지방의 부동산경기 냉각은 건설업체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 건설업체들은 비싼 분양가로 과도한 이익을 챙겨 스스로 화를 불렀고, 부동산투기와 거품수요에 편승해 수요가 없는 지방까지 분양에 나서 공급과잉을 초래했다"며 "이런데도 이 후보는 서민경제를 살린다는 핑계로 수요도 없는 지방에 또 다시 부동산불로소득이라는 달콤한 ‘마약’을 주자고 한다"고 질타했다.
토지정의는 "지금 당장의 표심(票心)을 위해 한 순간은 달콤할지 모르는 부동산불로소득이라는 대증(對症)적인 마약처방을 사람들에게 계속한다면, 우리 국민경제라는 몸은 더욱더 병들어가고 회복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말 것"이라며 "만일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부동산불로소득이라는 망국병으로 인해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국경제를 떠안아 되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 윤건영 "서울집값 잡으려다 지방건설사 연쇄도산"
이명박 부동산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명박 후보측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명박 후보의 경제정책을 책임맡고 있는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14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최근의 지방건설사 연쇄도산 사태의 원인에 대해 "천안 같은 경우에는 공급에 부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공급이 아주 어려워지게 됨에 따라서 건설업자가 지방에 무리하게 많은 주택을 공급함에 따라서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며 "반대로 서울과 수도권 경우에는 공급이 엄청나게 위축돼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수도권에 대한 과잉규제가 지방부동산대란의 근원이라는 주장인 셈. 그러나 최근 수도권에서도 대규모 미분양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부족한 주장이다.
윤 의원은 이어 이명박 후보의 재건축-재개발 발언에 대해 "서울 강남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서 공급될 수 있는 신규주택의 수는 많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역에서 무리 없이 공급될 수 있는 신규주택이 있다면 이것은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하는 방편"이라고 적극 옹호했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시 아파트값 폭등 재발 우려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있을 수 있는 현상이지만 시장 전체의 구체적인 내용이 잘 파악이 된다면 저런 민감한 반응은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무리하게 재건축 재개발이 억압돼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그런 무리를 풀어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건축 재개발을 얘기를 하면 가격이 폭등될 것이기 때문에 재건축, 재개발을 우리가 얘기도 못한다면 앞으로 늘어나는 소득, 늘어나는 가족구성의 변화, 이런 것들은 생각하면 분명히 주택의 수가 늘어나야 되고 또 인구 1인당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의 면적도 늘어나야 되는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겠냐"며 거듭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의 아파트값에 대해 "사실 주택가격이 우리 전체적인 경제적인 수준이라든지, 소득수준 이런 데 비춰볼 때 굉장히 높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이러한 것이 모두가 거품이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현 정부가 추구해온 부동산 관련 정책의 실패에서 오는 부분이 매우 많다는 것도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불합리하게 보이는 수준의 높은 주택 가격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도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거듭 공급확대론을 펼쳤다.
이명박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앞서 노무현 정권의 지지율 폭락이 아파트값 폭등 등 부동산정책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말 대선의 주요쟁점이 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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