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후보가 묘한 승부수를 던졌다.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경계선을 그어 놓고 왼발은 신당쪽에, 오른발은 신당밖에 둔 전략이다. 신당이란 당적은 유지하되, 신당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거다.
손 후보는 21일 '경선 복귀'를 선언하면서도 캠프를 해체하고 부산토론회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 지도부에 강한 불신을 표출하며 추석직후 열리는 29일 광주-전남 경선때까지 초반 4연전의 동원선거 실태를 파악해 징계하라고 주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광주-전남 이후의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말해, 말로는 경선 복귀이나 유사시 경선 행사에 불참한 뒤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메시지에 다름아니다. 일절 경선에 불참한 뒤 경선 투표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인 것.
손 후보의 이같은 전략은 두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조직력에서 열세인 상황인만큼 국민 지지로 현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손 후보가 선대위 해체를 선언하면서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모바일투표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 대목에서 읽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경선 패배시 승자를 돕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손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후보를 겨냥해선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한 뒤 공천권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해찬 후보를 겨냥해선 노무현 퇴임 후 야당정치 발판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서 읽을 수 있다.
손학규 후보가 칩거 사흘만인 21일 오전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복귀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후보의 묘한 승부수에 신당과 정동영-이해찬 후보측은 내심 격노하는 분위기다. 외형상 탈당을 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당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측이 손 후보 기자회견후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의 주장을 "네거티브 공세"라고 맹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해찬 후보측은 즉각적으로 공식반응을 내지 않고 있으나, 이 후보측 한 의원은 "탈당을 하면 '또 탈당이냐'는 비난여론에 직면할 것을 우려한 고도의 플레이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당 지도부도 표현을 자제하면서도 오는 29일 광주-전남 경선때까지 동원선거 실태를 밝히라는 주문에 분노하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손 후보가 모든 책임을 당 지도부로 넘기며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손 후보가 '경선 복귀'를 선언해 일단 외형적으론 경선이 파국을 면한듯 보이나, 내용상으론 경선은 이미 반쪽행사로 전락한 양상이다.
손 후보의 승부수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최근 호남표가 결집하면서 1위 자리를 정동영 후보에게 내준 그의 지지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