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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조계종 사과방문

지관 "약한 자 위에 군림말라", 방상훈 "언론의 권력화 경계"

방상훈 사장 등 <조선일보> 임원진이 30일 오후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 신정아 사건 보도과정에 불교계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공개사과했다. 조계종도 이 사과를 받아들여 지난 5일부터 범불교계 차원에서 진행돼온 <조선일보> 구독거부운동을 금명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불교신문>에 따르면, 이날 사과방문 자리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비롯해 강천석 주필, 김창기 편집국장, 김광일 문화부장이 동행했으며, 불교계에서는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신흥사 주지 오현스님, 총무부장 원학스님, <불교신문> 사장 향적스님, 기획실장 승원스님, 사회부장 세영스님, 호법부장 서리 정만스님, 문화부장 수경스님 등이 배석했다.

먼저 말문을 연 강천석 <조선일보> 주필은 “불교가 어려울 때 열심히 도와드려야 하는데, 일부 기사가 스님과 주지스님들께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어 송구스럽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불교공부를 많이 했으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불교 뜻을 널리 펴는 데 도움되도록 하겠다"며 "널리 양해해 주시고 불교를 돕는 신문이 되도록 큰 스님께서 도와 달라”고 사과했다.

이에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언론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이다. 날카로운 칼도 이롭게 쓸 수 있지만, 상처를 크게 입히기도 한다. 부처님 말씀에 힘이 있는 자는 약한 자들에게 군림하지 말 것이며, 갖고 있는 힘을 다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 매스미디어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간혹 폐를 끼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신속보도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추측과 자기의견이 덧붙여지기 때문에 잘못되는 것이다. 늘 약자를 잘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이에 “언론의 권력화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있으며 임직원에게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이번 일로 스스로 점검하고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 언론이 길을 잘못 가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언론 또한 애정을 갖도록 하겠다. 원장스님께서 널리 양해해주시니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질 것 같다”고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20여분 가량 진행된 대화는 처음에는 서먹한 대화로 시작됐지만 대화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풀렸다.

총무부장 원학스님은 “구독거부운동 플래카드를 달았지만 오히려 <조선일보>를 모르는 분들에게 광고해준 셈이 됐다”며 웃고 “이를 시점으로 <조선일보>를 더 관심 갖고 읽을 것이며 오늘 만남이 언론과 종단이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강천석 주필은 “스님들께서 크게 맘 상한 기사는 편집국장이 퇴근하는 새벽1시 이후에 들어온 것으로 임박한 시간으로 맞나 틀리나를 체크할 수가 없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하며 “이번 계기로 불교계 기사를 더 세심하게 보고 있고 몇 배 정성들여 만들고 있다”고 화답했다.

대담 후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일행은 함께 사진을 찍은 후 그동안의 불교음해보도에 대해 거듭 정중한 사과 대화를 나눴다.

한편 조계종의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은 지난 10월5일 전국교구본사 주지회의 결의로 시작되었으며 전국 2천300여 사찰에서 현수막 게시, 가정 및 차량용 스티커 배포(80만장), 홍보물 배포(40만장), 서명운동(약 3만명) 등이 전개됐다. 조계종은 <조선일보> 임원진의 사과 방문을 계기로 금명간 회의를 열고 조선일보 구독거부운동을 공식 철회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교계의 조직적 대응에 <조선일보>가 한달여만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한편 이날 방 사장의 사과 방문 소식을 <불교신문> 인터넷판은 사진과 함께 상세히 보도했으나, <조선일보>는 이를 언급하지 않아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30일 오후,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총무원장 지관스님에게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불교신문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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