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막판, 오세훈-강금실-김종철 등 각당 서울시장 출마자들 간에 교육문제를 놓고 물고물리는 비난전이 벌어졌다.
'이미지 선거'에서 '정책 선거'로의 전환을 통해 막판 반전을 시도하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민주노동당의 딴지는 속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어 보인다.
강금실, 현수막 교체 등 '정책 선거' 드라이브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25일부터 길거리의 현수막을 전면 교체했다. 종전의 현수막은 "보람이가 행복한 서울. 기호 1번 강금실'이었다.
바뀐 현수막의 구호는 "정치는 짧고 교육은 길다"다. 강금실 사진도 뺐고, 색깔도 종전의 보랏빛에서 열린우리당 상징색인 노란색으로 바꾸었다.
이같은 변신은 종전의 현수막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감성적이라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우선 '보람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애매모호했다. 서울 강북 어린이를 뜻한다는 설명도 별 설득력이 없었다. 강 후보 사진도 과거 <샘이 깊은 물> 같은 80년대 잡지 표지모델 같고, 이미지 정치의 냄새가 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새 현수막은 강후보 사진도 뺐고 구호도 "정치는 짧고 교육은 길다"고 바꿨으며, 상징색도 강후보의 보라색에서 열린우리당의 노란색으로 바꾸었다.
강후보 진영은 플래카드 교체후 여러 쟁점 중에서도 '교육'에 초점을 맞춰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교육 한가지라도 차별성을 분명히 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강후보가 동교동으로 김대중 전대통령을 방문했을 때 "정책은 두, 세가지만 강조해야 한다"고 한 DJ 훈수도 한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26일 당 홈페이지에 '한 정치 탤런트의 포퓰리즘 버블이 터졌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오후보를 '정치 탤런트' '포퓰리스트'로 규정한 뒤, 오후보 공약인 '자립형 사립고'를 맹성토했다.
최의원은 오후보 공약인 '시의 재정을 투입하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 "공적 재정이 투입되는 이상 그것은 ‘사립고’도 '자립형'도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사립재단의 특수성, 독립성을 인정하겠다는 거냐? 이것은 시장경제도 아니고, 공산주의경제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것이 오 후보의 교육철학"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오 후보의 교육공약에 ‘포퓰리즘’이라는 낙인을 찍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더 이상 대권의 전초기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벤트성/전시성 행정이 판을 친다. 오로지 청와대를 바라보며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만 되뇌인다. 서울시민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고 재차 오후보를 비난한 뒤, "강금실 후보의 슬로건이 바뀌었다. '정치는 짧고 교육은 길다'”는 말로 글을 끝냈다.
민주노동당, "강금실, 누워서 침뱉기"
그러나 열린우리당에게도 천적은 있었다. 민주노동당의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다.
김후보 선대위의 정호진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대국민 읍소를 위한 구걸 정치 행렬에 ‘보람이’는 사라지고, ‘교육특별시장’이 등장했다"며 "읍소와 구걸 정치에 올인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 그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거점 명문고’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공약인 ‘자립형 사립고’의 아류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누워서 침을 뱉는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다"고 비꼬았다.
정 대변인은 "강 후보의 ‘거점 명문고’는 말 그대로 거점에 일류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명문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의 학생들은 가만히 앉아서 2류 학생, 3류 학생으로 떨어지는 비운을 겪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오세훈 후보의 ‘자립형 사립고’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공약이며, 귀족양산 교육 프로그램의 제도화라는 점에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런데 난 데 없이 오세훈 후보와 교육철학의 차이를 들먹이며 ‘자립형 사립고’가 무모한 공약이라고 떠벌이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것이 아니고 뭐겠는가"라며 "예상되는 강금실 후보의 참패는, 오세훈 후보와 정치-행정 철학, 그리고 정책공약에 있어 차이가 없음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