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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유가 100달러 시대' 개막

금값 폭등-주가 폭락, '슈퍼 스파이크'에 세계경제 휘청

국제유가가 올해 첫 거래일인 2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 유가 초강세)'가 발생, 새해 벽두부터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끝내 도래한 '유가 100달러 시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지난해 종가에 비해 4.02달러가 급등한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한 뒤 결국 3.64달러, 3.8% 오른 배럴당 99.6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종가 역시 종가 사상 최고치다.

WTI 가격은 지난해에만 57%가 폭등해 1999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으며 2000년과 비교할 때는 근 3배, 2004년에 비해선 2배가 올랐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장중에 지난 1988년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고가인 배럴당 97.75달러까지 오르는 급등세를 보인 끝에 지난해 종가에 비해 3.79달러, 4% 오른 배럴당 97.6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값 폭등, 주가 폭락

유가 폭등으로 금값은 폭등한 반면, 주가는 폭락했다.

이날 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국제금값도 국제유가의 급등과 달러화 가치 하락, 지정학적 위험 고조 등으로 인해 이날 장중에 온스 당 864.90달러까지 상승, 875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1980년 1월21일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에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 낙폭으로는 25년래 최대폭인 220.86포인트(1.67%) 급락한 13,043.96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장중 한때 13,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42.65포인트(1.61%) 내린 2,609.63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1.20포인트(1.44%) 떨어진 1,447.16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맥을 못추기란 마찬가지여서, 영국 FTSE 100지수는 작년 폐장지수 대비 40.20포인트(0.62%) 떨어진 6,416.70으로 마감했다. 독일 DAX지수는 118.21포인트(1.47%) 급락한 7,949.11, 프랑스 CAC 40지수는 63.72포인트(1.14%) 하락한 5,550.36으로 장을 마쳤다.

끝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 한국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경제 급랭, 세계정세 불안 복합작용

이날 유가는 미국의 제조업지수 급락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확대시키면서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촉발시킨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및 파키스탄의 정정불안, 멕시코산 원유수입 중단설, 미국 원유재고 감소와 한파 전망 등이 겹치면서 급등세를 나타냈다.

우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제조업지수가 6개월 연속하락하며 예상치를 크게 밑돈 47.7을 기록,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확대시킨 것이 달러화 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투기자본의 원유시장 유입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ISM의 12월 제조업지수는 47.7은 지난 2003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50포인트 아래는 제조업활동 위축을 의미한다. ISM 제조업지수는 11월에 50.8을 기록했으며 월가 전문가들은 12월 예상치를 50.5로 제시했었다.

이와 함께 <다우존스>가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180만 배럴 감소, 7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3년 만에 최저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한 것도 유가폭등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무장세력이 나이지리아의 석유도시인 포트 하코트를 공격, 적어도 1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자 세계 8대 원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의 석유수출 차질 우려를 촉발시켰다.

새해 벽두의 유가 100달러 시대 도래로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는 인플레 위협 차원을 넘어서 과거 1,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고물가-저성장이라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에 직면하고, 그 결과 세계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포의 '슈퍼 스파이크' 시나리오 끝내 현실로

문제는 국제 경제계에서 '제 3차 오일쇼크'의 동의어로 쓰이는 '슈퍼 스파이크' 시대가 단기적 현상이 아닌 중장기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슈퍼 스파이크’ 시나리오의 진원지는 2006~2007년 거듭 1백달러 전망을 제기한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였다. 골드만삭스 산하 세계투자연구센터(GIR)는 재작년말과 작년초 두 차례에 걸쳐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앞으로 4~5년간 이어지는 슈퍼 스파이크 단계에 진입하면서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며 ”슈퍼 스파이크가 진행되면 유가는 1970년대와 같이 배럴당 1백5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헤지펀드 대부인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헤지펀드를 설립했던 ‘국제상품시장의 대부’ 짐 로저스도 지난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정세의 불안 속에 누군가 아주 빠른 시일 안에 얻기 쉬운 무엇(대체상품)인가를 발견하지 않는 한 높은 유가에 놀라게 될 것이며 연내에 유가가 1백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기존 유전은 노화되고, 새 유전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고유가 장기화를 예견했다.

상품 투자로 유명한 바클레이 캐피털의 상품 리서치 최고책임장 폴 호스넬도 "배럴당 1백달러는 웃기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내다봤고, 캘리포니아 소재 에너지컨설팅 회사인 PK 베를리거의 설립자 필립 K 베를리거 역시 "오로지 미국경기가 크게 둔화될 경우에 한해서만 유가 1백달러 시대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며 고유가 시대 개막을 필연으로 받아들였다.

'슈퍼 스파이크 시대'의 도래가 향후 4~5년간 지속될 경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물가 폭등, 소비 급감, 기업 채산성 악화, 무역적자 확대 등 치명적 타격을 입으며 새로 출범할 이명박 정부에게도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비상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태견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2 38
    하하하

    그래도 연탄값을 올려야지
    연탄값 내리면 우리조직 대빵이 성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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