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MB노믹스' 전면 재검토 촉구
"시장에만 맡기면 잘될 거란 한가한 생각 버려라"
현재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 체류중인 거시경제전문가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월가 위기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 대해 'MB노믹스'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MB노믹스의 전형인 '레이거니즘'이 월가 위기의 근원이 됐음을 직시하고, 국정의 모든 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정운찬 "시장에만 맡기면 잘될 거란 한가한 생각 버려라"
정 전총장은 7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월 스트리트로부터의 교훈'을 통해 월가의 패닉적 상황을 전한 뒤, "과연 우리는 이번 미국 사태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라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조목조목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거론한 것은 '지도자의 철학', 즉 대통령의 철학이다. 그는 "위기상황에서 시스템의 문제를 논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지도자의 철학에 대한 점검"이라며 "경제를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과 비전에 따라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는가 하면, 또는 여기저기서 균열의 조짐을 보이며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번 미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월가의 압력에 밀려 거품을 양산하던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RB) 의장을 교체하지 못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실책을 지적했다. 시장 신뢰를 상실한 강만수 경제팀을 감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정 전총장은 이어 "지도자의 문제는 신뢰와도 직결된다"며 "이번 위기수습 과정에서 미국 재무부와 FRB가 고심 끝에 내놓았다는 수습안은 일반의 동의를 선뜻 얻기 어려운 것들이다. 잔치는 월 스트리트가 하고 뒤치다꺼리는 왜 미국의 납세자가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위기 국면을 당하여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시작하지는 않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돈으로 때우려고 했던 폴슨 재무장관과 버냉키 현 FRB 의장의 선택은 두고두고 학자들의 비판적인 분석대상이 될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구제금융에 대해 미국민의 분노를 전했다. 그는 "금융에서 신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 점은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한국 지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사태는 시장도 인간이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완벽할 수 없음을 상기시켜 준다. 시장만능주의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인 것"이라며 "시장에만 맡겨두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한가한 생각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를 향해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대내외적 규제완화, 특히 미국식(정확히 말하면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식) 시장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정책들이 과연 한국경제에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것인지 의문"이라며 MB노믹스의 근간인 규제완화의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연내 국회비준을 받으려 하는 한미FTA에 대해서도 "나는 경제학자로서, 그리고 경제외적 측면에서의 잠재적 이익을 생각할 때, 한미FTA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미국과의 FTA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이들과는 의견을 달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개방되어 있는 미국과 FTA를 체결했을 때, 자동차 등 몇몇 산업은 몰라도 IT를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산업에서는 크게 얻을 것이 없다. 금융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문제는 김칫국부터 먼저 마실 것이 아니라 사태의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 보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유연한 사고인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또 "지나치게 느슨해진 규제·감독도 재정비해야 한다"며 "사전적 규제는 몰라도 사후적 감독은 보다 철저해져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감독이 어려우면 사전적 규제도 쉽게 풀면 안 된다"며 건전성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동시 달성? 신기루일뿐"
그는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이번 월 스트리트 사태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웅변하고 있다"며 "현실화되지 않은 모기지 자산을 바탕으로 또 다른 증권을 창조해 규모를 키워나가던 많은 금융기관들이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관행으로부터 안전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사상누각의 위험성은 비단 금융기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자. 혹시라도 우리는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성취시켜 줄 수 있다는 신기루를 따라간 것은 아니었을까? 혹시라도 우리는 시장경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료들이 '시장경제의 수호자'를 자처할 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의심을 애써 누르면서 '그래도 좋은 날이 오기만 한다면 그만이지'라고 자위했던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우리는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이고 현실은 다르다'고 하면서 불나방처럼 투기에 몸을 내던진 것은 아니었을까"라며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질타와 투기적 풍토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정운찬 "시장에만 맡기면 잘될 거란 한가한 생각 버려라"
정 전총장은 7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월 스트리트로부터의 교훈'을 통해 월가의 패닉적 상황을 전한 뒤, "과연 우리는 이번 미국 사태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라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조목조목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거론한 것은 '지도자의 철학', 즉 대통령의 철학이다. 그는 "위기상황에서 시스템의 문제를 논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지도자의 철학에 대한 점검"이라며 "경제를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과 비전에 따라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는가 하면, 또는 여기저기서 균열의 조짐을 보이며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번 미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월가의 압력에 밀려 거품을 양산하던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RB) 의장을 교체하지 못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실책을 지적했다. 시장 신뢰를 상실한 강만수 경제팀을 감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정 전총장은 이어 "지도자의 문제는 신뢰와도 직결된다"며 "이번 위기수습 과정에서 미국 재무부와 FRB가 고심 끝에 내놓았다는 수습안은 일반의 동의를 선뜻 얻기 어려운 것들이다. 잔치는 월 스트리트가 하고 뒤치다꺼리는 왜 미국의 납세자가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위기 국면을 당하여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시작하지는 않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돈으로 때우려고 했던 폴슨 재무장관과 버냉키 현 FRB 의장의 선택은 두고두고 학자들의 비판적인 분석대상이 될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구제금융에 대해 미국민의 분노를 전했다. 그는 "금융에서 신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 점은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한국 지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사태는 시장도 인간이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완벽할 수 없음을 상기시켜 준다. 시장만능주의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인 것"이라며 "시장에만 맡겨두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한가한 생각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를 향해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대내외적 규제완화, 특히 미국식(정확히 말하면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식) 시장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정책들이 과연 한국경제에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것인지 의문"이라며 MB노믹스의 근간인 규제완화의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연내 국회비준을 받으려 하는 한미FTA에 대해서도 "나는 경제학자로서, 그리고 경제외적 측면에서의 잠재적 이익을 생각할 때, 한미FTA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미국과의 FTA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이들과는 의견을 달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개방되어 있는 미국과 FTA를 체결했을 때, 자동차 등 몇몇 산업은 몰라도 IT를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산업에서는 크게 얻을 것이 없다. 금융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문제는 김칫국부터 먼저 마실 것이 아니라 사태의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 보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유연한 사고인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또 "지나치게 느슨해진 규제·감독도 재정비해야 한다"며 "사전적 규제는 몰라도 사후적 감독은 보다 철저해져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감독이 어려우면 사전적 규제도 쉽게 풀면 안 된다"며 건전성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동시 달성? 신기루일뿐"
그는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이번 월 스트리트 사태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웅변하고 있다"며 "현실화되지 않은 모기지 자산을 바탕으로 또 다른 증권을 창조해 규모를 키워나가던 많은 금융기관들이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관행으로부터 안전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사상누각의 위험성은 비단 금융기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자. 혹시라도 우리는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성취시켜 줄 수 있다는 신기루를 따라간 것은 아니었을까? 혹시라도 우리는 시장경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료들이 '시장경제의 수호자'를 자처할 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의심을 애써 누르면서 '그래도 좋은 날이 오기만 한다면 그만이지'라고 자위했던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우리는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이고 현실은 다르다'고 하면서 불나방처럼 투기에 몸을 내던진 것은 아니었을까"라며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질타와 투기적 풍토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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