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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북 제재 '5자회담' 동참 공식선언

이종석 장관 "더이상 차일피일 방치할 수 없다", 햇볕정책 종언 위기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14일 북한을 배제한 5자회담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선군정치 혜택론'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정책이 급선회하며 '햇볕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 전개다.

이종석 "나머지 나라들이라도 모여야 돼"

이종석 장관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북한 배제 '5자 회담' 참가 여부와 관련, "우리는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데 최대한 노력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해도해도 노력을 해도 안 된다면, 그때는 나머지 나라들이라도 모여서 이 문제를 얘기를 해야지 이렇게 차일피일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5자회담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또 유엔 대북 제재결의와 관련해서도 "결의안이 나온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제사회 일원으로 활동해야 된다"고 말해, 유엔 제제 결의에 적극 동참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 남북장관급회담 전에 미국에 '5자회담 찬성' 입장 전달

이종석 장관의 발언은 북한 배제 '5자회담'이나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던 종전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어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코페르니쿠스적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한국 국민여론을 크게 자극한 북한의 '선군정치 혜택' 주장을 계기로 전면적 노선 변화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는 남북장관급회담 전에 지난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이미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 많다.

한 예로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지난 8일 복수의 6자회담 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대포동 2호의 발사와 관련,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먼저 제안한 6자회담 비공식 회담을 북한이 거부할 경우 북한을 제외하는 5개국 협의체를 개최, ‘유지국(有志國)연합’에 의한 대북 제재 발동을 목표로 하는 신구상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북한 제재 조치와는 별도로, 다국간 협의 틀을 사용해 북한에 대한 포위망의 구축을 노리는 이같은 신구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한국 등 아시아를 방문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7일에 회담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에게 이같은 신구상에 대한 이해를 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일본은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며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이 앞의 한국.중국의 양국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5개국 협의 구상’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했으며, 이에 대해 한국은 기본적으로 협의 개최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미국에 최근 그같은 의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중국은 북.미협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7월중 비공식 6자회담을 열자고 지난달 관계국에 제의했고 미국 정부 내에서는 비공식회담 개최를 놓고 논의가 이뤄졌다"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참가'하되 대신 북한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5개국이 회의를 열자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후에도 이 방침을 견지하고 있으며, 5개국 협의를 이용해 각국의 법적 틀을 이용한 '다국제재'를 주도한다는 구상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같은 <교도통신> 보도에 대해 8일 우리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8일 당시 한국을 방문중이던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차관보와의 회담에 앞서 "북한을 뺀 5자회담은 6자회담의 대안이 아니다. 우리로서도 5자회담은 목표가 아니다"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5자회담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5자회담은 6자회담이 되지 않을 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일 뿐이다"고 묘한 여운을 남기며 <교도통신> 보도를 적극 부인하진 않았다.

<교도통신> 보도대로 정부가 이미 5자회담에 동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5자회담 참가를 미국측에 이미 통보한 뒤 이미 예상됐던 남북장관급회담 결렬을 계기로 공식적으로 5자회담 참가를 천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햇볕정책 막 내리나

정부의 대북 제재 '5자회담' 참가 방침을 밝힘에 따라 DJ정부 이후 우리나라의 대북기본정책인 햇볕정책의 전면 재검토 등 향후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북한 대표단이 13일 장관급회담을 중도에 중단하며 "남측은 북남관계에 예측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결과)가 발생하게 만든 데 대해 민족 앞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남기고 떠난 것도 향후 남북관계 파국을 의미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한국의 '5자회담' 참가 결정으로 오는 9월 열릴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노무현-부시 대통령. ⓒ연합뉴스


외교가에서는 오는 9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이 햇볕정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한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부시 미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6일 노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9월에 아주 좋은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부시대통령이 말한 '아주 좋은 정상회담'이 대북 봉쇄 연합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여부는 9월 정상회담에서 그 실체를 분명히 드러낼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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