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범국민 운동본부는 14일 오전 신라호텔 맞은편 장충교회 앞에서 ‘집회 자유 침해, 무자비적 폭력 자행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13일 ‘한미 FTA 장례식’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이밖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의 마지막 일정이 모두 취소된 오후에도 협상의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각종 기자회견 및 1인시위 등 시민단체의 저지 활동은 계속됐다.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0일 신라호텔 앞 기자회견, 12일 광화문 범국민대회에 이어 13일까지 경찰의 과잉 진압이 이뤄진 부분과 관련 ▲이택순 경찰청장의 공식사과 ▲중부경찰서장 파면 ▲기동단장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 13일 경찰은 범국본 산하 농민단체 6백여명이 참석한 ‘한미 FTA 장례식’과 관련해 오전에는 상여를 실은 차량을 강제견인하고 실무자 3명을 2시간 넘게 억류했다.
또한 오후 2시 20분경에는 상여를 불태우는 상징의식을 막기 위해 합법적을 신고된 집회장소에 난입해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40여명의 농민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고 충돌을 말리던 문경식 전농의장은 경찰의 방패에 가격당해 왼쪽 뺨을 다쳤다.
문 의장은 이날 뇌진탕 증세를 보여 녹색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후 14일 오전 퇴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이상 경찰의 폭력진압 묵과하지 않겠다”
이와 관련 전기환 전농 사무처장은 “우리는 사전집회신고를 하면서 쇠파이프나 각목이 없는 평화적인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수차례 경찰에게 밝혀왔다”며 “그러나 어제 경찰은 기자.농민.시민 가릴 것 없이 방패를 사용해 수십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고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14일 오전 신라호텔 맞은편 장충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일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고 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했다.ⓒ최병성 기자
전 사무처장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경찰에게 국민은 없었고 그들은 우리를 깡패나 폭력집단으로 취급했다”며 “더 이상 경찰의 폭력진압을 묵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이택순 경찰청장이 사과하고 현장책임자였던 제1기동대장을 파면시켜야 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엇이 폭력인지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경찰이 법적근거도 없이 평화적인 1인 시위를 가로막고 기자회견을 막은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정부가 국민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꾸고 파국으로 몰고 갈 한미FTA협상을 추진한 것”이라며 “이는 탄핵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헌법상 국민 저항권에 해당하는 초유의 사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였다면 봉기나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한국 시민사회의 민주적 역량으로 인해 집회신고도 하고 합법적인 기자회견과 1인시위를 벌이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경찰은 불법적인 불심심문과 시민통제, 신고집회조차 폭력진압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농민.노동자.시민들의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경찰이 계속해서 폭력적으로 진압한다면 이제 적법여부를 떠나서 국민의 저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범국본은 오전 9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한미 FTA 저지 결의대회’를 갖고 한미FTA협상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참가자들.ⓒ최병성 기자
노동.농민.학생 등 각 분과 대책위 소속 회원 80여명이 참석해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각계각층의 연대발언을 통해 “반드시 밀실에서 졸속으로 진행되는 FTA협상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범국본, 14일 오후 신라호텔 앞 투쟁보고대회 예고
오종렬 범국본 공동대표는 “지금 저 앞 신라호텔에서 미국과 협상하는 한국 관료들은 미국으로 유학 가서 미국식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내주고 초국적 자본에 이 땅 민중들의 삶을 내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범국본은 한미 협상대표단의 14일 일정이 모두 취소된 것과 상관없이 이날 정해진 일정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전 구간에서 2백명의 동시 1인시위에 진행됐다. 참여연대 회원이 을지로역 지하도에서 1인시위 및 대국민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최병성 기자
경찰이 12일부터 허가한 신라호텔 앞 1인시위도 오전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날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가한 일반시민 5명이 차례로 1인시위에 나섰다.
오후 1시부터는 서울 지하철 2호선 43개 모든 역에서 ‘한미FTA 저지를 위한 하루 총파업’에 참가한 시민단체를 포함한 범국본 회원 2백명이 동시에 1인시위를 벌였다.
이어 오후 4시 30분에는 다시 신라호텔 입구 장충체육관 앞에서 범국본 산하 모든 단위 대표자를 포함, 5백여명이 참석하는 ‘한미FTA협상 저지 투쟁 보고대회’를 연다.
한편 이날 무역구제, 서비스, 상품무역, 환경 등 4개 분과 협상을 취소한 한미 양국은 각각 장소와 시간을 달리해 2차 본협상 결과를 브리핑한다.
한국 측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르면 오후 7시경 외교통상부 브리핑룸에서, 웬디 커틀러 미측 대표는 신라호텔에서 오후 4시경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