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한국경제의 '3가지 풍광'
<뷰스칼럼> 높아지는 불확실성, 1년뒤 성탄절엔 희망 있을까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이 33조5천억원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은행에게 최소한 1년이상 만기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대규모 주택대출 부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다.
정부와 언론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간다. 2005, 2006년 아파트값 대폭등때 쏟아져 나간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대규모 가계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볼 일이 있다. 은행이 상환받아야 할 돈을 상환받지 못할 경우 다음에 발생할 '사태'다.
지금 은행들은 BIS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다퉈 은행채를 발행하고 대출을 회수하는 등 말 그대로 난리다. 정부가 내년초까지 BIS비율 목표치를 못채우면 준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통고한 때문이다. 은행들은 최대한 준공적자금을 안받으려 한다. 받았다가는 곧바로 정부통제아래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 돈 가뭄이 발생해 기업들이 고리의 저축은행 대출, 심지어는 사채까지 빌어쓰는 등 벼랑끝에 몰리고 있다.
11~12월 두달간 이렇게 난리를 쳐 은행들이 확충한 자본금이 고작 3조원이다. 이런 마당에 내년에 만기도래할 주택담보대출 33조원을 회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행이 부지런히 윤전기를 돌려 33조원을 은행에 주지 않는 한, 기업에 해준 대출금을 회수하는 수밖에 없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정부 말대로 하면, 내년에 기업들은 올해보다 지금보다 몇배나 극심한 자금 경색에 몰릴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정부가 기업대출 확대를 독려하며 은행 지점장 면책도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말과 달리, 실제로는 기업대출 축소로 몰아가고 있는 게 현주소다. 이러니, 시장이 점점 꼬여가는 거다.
풍광 2: 연말 환율 끌어내리기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외환딜러들이 올 한해를 결산하며 너도나도 하는 말이 있다. "올해 수익 목표는 이미 상반기에 다 채웠다. 강만수 장관 덕분이다. 하반기에 번 돈은 보너스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취임초 행한 '환율주권론' 때문에 환율 흐름이 뻔히 읽히면서 앉아서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한 외국계 금융기관 고위임원은 요즘 원-달러환율과 관련,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연말 결산을 위해 환율 끌어내리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계가 모두 성탄절 휴가를 떠난 상황인만큼 지금 환율은 그리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원화 환율이 너무 저평가된 상황이라는 데는 큰 이견은 없으나, 이런 한국의 모습이 저평가를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22, 23일 원-달러환율이 급등하자, 24일 서울외환시장엔 개입성 물량이 쏟아지면서 환율이 다시 1,300원 초반대로 급락했다. 외국계는 아직도 한국정부가 음양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풍광 3: 기업들의 주력부문 매각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 고위임원은 "요즘 우리도 죽을 맛"이라 했다. 그는 "이미 건설부문 등의 직원들에겐 무급휴직 조치를 내렸다"고 했다. 업종이 죽으면 그 부문 회계사들도 일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요즘 기업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부실 건설회사나 중소형 조선소 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굴지의 그룹들에 대한 우려였다. 그는 걱정하는 이유를 "주력부문들을 내다 팔려 하기 때문"이라 했다.
두산의 '처음처럼' 매각 등을 일컫는 말이다. 두산은 1997년 외환위기때도 "걸레를 누가 사려 하겠냐"며 과감한 핵심기업 매각으로 기사회생한 바 있다. 이 임원은 "외부로 알려지진 않고 있으나 다른 기업들 사정도 오십보백보"라 했다. 그는 "문제는 1997년과 달리 지금은 그룹마다 주력부문이 한두개밖에 안남았다는 사실"이라며 "주력부문을 팔면 당장은 살겠지만 앞으로 과연 위기가 끝났을 때 무엇을 갖고 약진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삼성그룹만 해도 1997년 외환위기때 당시 갖고 있던 몇몇 유전개발권을 판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그는 정부에 대해 "지금 모든 기업, 모든 산업을 살리려 해선 안된다"며 "한국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전략산업과 기업은 집중적으로 살리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써야지, 그렇지 않고 여기저기 방만하게 썼다간 몰살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행방불명된 크리스마스를 맞으며, 내년 크리스마스는 올해보단 희망이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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