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또 거짓말 들통...그러나 무죄?
경찰 "소방관 자리 비운 사이에..." vs 소방서-검찰 "거짓말"
경찰은 <PD수첩> 보도가 나가자 4일 "자체 감찰 결과, 철거를 맡았던 H건설 정모 과장이 20여분 간 소화전과 연결된 물대포를 분사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물대포를 들고 있던) 소방대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정과장에게 '분사기를 잡고 있으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의 용역업체 직원도 "당시 화재를 진압하려던 소방관이 수압을 올리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소화전에 연결된 소방호스를 약 20분간 대신 붙잡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해명은 곧 거짓말로 드러났다.
용산소방서측은 "지난 달 19일 모닥불을 끄려 현장에 투입된 적은 있으나, 시위 진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출동한 것은 20일 새벽 5시 20분"이라고 밝혔다. <PD수첩>이 보도한 동영상은 경찰이 철거민들의 망루 설치를 막기 위한 물대포 분사였다. 소방서와는 무관한 장면이었던 것.
검찰도 "소방대원은 소화작업 외엔 경찰의 작전에 동원되지 않았다"며 "당시 그 자리에서 물을 뿌린 사람은 경찰관"이라고 단언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처럼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경찰이 용역업체와 함께 진압작전을 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신문들을 중심으로 검찰이 경찰에 대해 사법처리할만한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5일자 기사를 통해 <PD수첩> 보도 내용 및 경찰의 해명을 전한 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경찰의 대응이 일부 부적절했던 측면이 있지만 사법 처리를 할 만한 잘못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임채진 검찰총장이 4일 전국 5개 고검의 고검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지금까지의 용산 참사 수사 결과를 놓고 논의한 끝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등 경찰 지휘부와 진압작전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화재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같은 점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기 힘들며 농성 참가자들의 화염병 사용으로 신속한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덧붙였다. <동아>는 <PD수첩> 방송 내용은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PD수첩> 보도로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음을 전했고, 방송3사도 4일밤 일제히 <PD수첩> 보도로 그동안의 용역업체 동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음을 주요뉴스로 전하는 등 <중앙><동아>와는 다른 보도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처럼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경찰이 서울 전역 주택가에 용산참사와 관련, 철거민들의 폭력성만 강조하는 전단을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중랑구 면목4동의 한 아파트 단지 게시판 10여 곳에 3일 오전부터 중랑경찰서 용마지구대 명의로 '용산 철거현장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홍보물이 게시됐다. 홍보물에는 용산철거민들의 화염병 투척이나 새총 발사로 생긴 피해 사진과 철거민들이 시너를 붓는 모습이 담겨 있고, 경찰 특공대원들이 참사가 난 건물에 진입하려다 불길에 맞서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 철거민들의 폭력시위를 부각하는 사진 여러 장이 포함됐다. 중랑구뿐 아니라 관악구 등 서울 전역에서도 유사한 전단이 발견되고 있어 경찰이 '김석기 구하기'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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