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원 유서 파문, "허위자백 강요"
"나는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동료 팔아먹은 나쁜 놈"
전국금속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쌍용차 파업 사태로 경찰 수사를 받다 자살을 시도한 노조원 A씨가 음독자살 시도 전에 남긴 3장의 유서를 공개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3시 '사랑하는 동지들'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내가 동지를 팔아먹은 나쁜 놈입니다"라며 "XXX 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내가 빼줄 수 있다...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은 죽일 놈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OOO을 팔아먹었습니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한 것입니다. 대포 쏘는 걸 보지도 않은 내가 보았다는 거짓진술을 한 것입니다"라며 "내 작은 생각이 이렇게 큰 불화를 일으킬 줄은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습니다. OOO야, 정말 미안하다. 내 진술서에 3명의 진술은 거짓진술입니다"라고 밝혔다.
최용규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이같은 유서를 공개한 뒤 “쌍용차는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으로 두 번에 이르는 죽음을 강요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강압적 수사로 또다시 죽음을 강요했다”며 경찰을 질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증인으로 참석한 쌍용차의 한 조합원은 “자살을 시도한 A조합원은 8월5일 회사를 나왔는데, 8월15일과 19일에 강도 높은 약 14시간정도 조사받았다. 당시 A조합원은 몸이 매우 안 좋았기에 쌍용차지부에서 수사를 연기해달라고 전화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A조합원은 19일 조사를 받고 난 후 다음날인 20일에 어머님 집에서 점심때 깨끗이 샤워하고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를 작성한 후 일주일치 약 21봉지를 한꺼번에 먹고 자살을 시도했는데, 21일 저녁 6시경 어머님이 발견해 병원으로 긴급 호송해 위세척을 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 A조합원은 정신이 돌아오고 말도 할 수 있지만 아직 중환자실에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자살 시도 조합원의 유서는 ‘복직과 관련된 회유와 동료들에 대한 거짓진술을 요구’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그런 거짓진술을 하게했기에 A조합원이 심적 부담으로 자살시도에 이른 것”이라며 "이는 직무규칙이나 훈령에도 어긋나는 불법행위이며, 형법상 협박죄와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이같은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조사과정에서 상세히 진술을 하면 최대한 회사에서 선처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허위자백이나 협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자살을 기도한 A조합원은 39세로 부인과 두 자녀가 있으며, 병원치료로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긴 상황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 외에 가족에게도 유서를 남겼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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