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 "안상수-자승 대화 30%만 공개. 나머지는 일요법회때"
"내가 진실과 다른 발언하면 승적 파겠다"
"직영전환을 위한 확실한 로드맵도 없는 상태이고, 종단 어디에 물어봐도 배후가 없다. 권력으로부터 좌파주지를 정리하라는 요청을 받아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이냐"(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30일 오후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는 조계종 총무원과 봉은사측의 의견차이를 재확인한 자리였다.
불교단체들의 중재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는 총무원측에서는 총무부장 영담스님, 김영일 기획차장, 박용규 총무차장이, 봉은사측에서는 주지 명진스님, 부주지 진화스님, 송 진 신도회장 등 3명이 참여했다. 또 불교단체 대표로는 도법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법안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명예대표), 윤남진 참여불교재가연대 NGO 리서치 소장이 참여했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우리는 선우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총무원과 봉은사 양측은 이렇다 할 의견접근 없이 직영사찰 전환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영담스님은 "봉은사 직영지정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수도권 포교를 위해 봉은사를 강남권 포교의 전진기지로 삼자는 것이었다. 봉은사가 강남 중심부의 대표적 공찰이며 특정 문중이 없어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지난날의 성과와 시스템이 검증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만 소통에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先)소통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일을 진행하면서 소통할 부분, 진행 후에 소통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봉은사 측이 제기하고 있는 외압설에 대해서는 "봉은사 직영 전환안건이 중앙종회에서 통과될 때 총무원장 스님이 현 주지스님의 임기를 보장하며 직영 지정이후에도 계속해서 현 주지스님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며 "외압에 의한 것이면 11월 임기 만료까지 기다리면 되지 이런 약속은 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영담스님은 봉은사를 비롯한 수도권 포교 활성화 구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건화한 계획서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외압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총무원은 조계사에 두되, 교육과 포교는 봉은사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은 "토론회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총무원은 내가 외압설을 제기한 이후에도 한동안 제대로 답변을 안했다. 외압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유가 뭐냐"라고 따졌다.
또 "총무원은 문건으로 된 기획서도 없고, 로드맵도 없이 갑자기 봉은사를 직영으로 지정해놓고 여기저기 끼워맞추느라 애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직영전환 이틀 전 자승스님을 만났을 때 외압이냐고 물어도 아니라고 하고 누구에게 물어봐도 이유를 모른다고 해서 안상수 의원 만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점검해보니 권력으로부터 좌파주지를 정리하라고 요청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안상수 의원과 자승스님이 만난 당시의 이야기는 아직 30% 밖에 공개안했다"며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일요일 법회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단 내에서 언변으로 이름난 영담ㆍ명진스님이 한자리에 앉은 이날 토론회는 우려와는 달리 큰 마찰은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서로 뼈있는 농담을 주고 받는 등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영담스님은 봉은사의 재정투명도와 신도수 증가 등이 기존 직영사찰인 조계사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주장에 대해 "조계사와 봉은사를 단순비교하기는 불가능하다. 조계사는 총무원과 함께 있으면서 모든 신행단체들의 행사를 뒷바라지 했다. 봉은사가 재정공개를 했다는데 어느선까지 공개했는지 밝히라"고 꼬집었다.
명진스님은 간혹 언성을 높이기도 했으며 "봉은사 문제가 반드시 외압에 의해서만 결정됐다는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외압이 아닌 것을 외압이라고 했거나, 나 자신이 진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면 승적을 파겠다고 내가 말한 바 있다"라고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총무원과 봉은사 양측의 중재자 역할을 맡은 도법스님은 "총무원과 봉은사 양측을 대화의 마당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일단 반갑다"며 "대결의 장이 아닌만큼 소통을 통해 불교를 위해 서로 잘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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