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열린당, 전효숙 처리 또 '좌절'

15일 본회의에서의 처리 사실상 물 건너가

여야가 극한 대치를 보이고 있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의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표결처리하겠다던 열린우리당이 표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한나라당은 밤샘 점거농성을 계속할 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15일 국회 본회의 전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처리 여부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의총 후 오영식 의원은 "가급적 표결처리를 계속 시도해보고, 결과에 따라 다음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1백39명의 열린우리당 의원 모두 국회 내에서 대기상태"라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그러나 이날 중 표결처리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대체적 분위기다. 선병렬 의원은 "청와대에선 재판관 임명 후 강행처리를 요청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임채정 국회의장 역시 여야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오늘 부동산 대책도 나왔기 때문에 이날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서 전효숙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 있다. 오영식 의원은 이와 관련, "청와대가 헌법재판관을 지금 임명하면 국회에서 싸움을 붙이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임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전효숙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되기를 지켜보고 있다"며 "전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의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며 재판관 임명 없이 헌재 소장이 될 수 있는지 여부도 국회가 판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이 임명동의안 처리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청와대 역시 이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바라는 눈치여서 이날 중으로 전효숙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원총회가 끝난 후 몇몇은 정청래 의원이 주최한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한 의원은 "의원회관에 목욕하러 간다"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장 문 앞에 헌법전서와 헌법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여놓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영섭 기자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강한 저지 의지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보좌관들과 사무처 직원들은 전날 밤샘에 이어 이날도 밤샘을 할 각오로 본회의장 입구에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본회의장 문 앞에 헌법전서를 쌓아놓고 '헌법'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여놓았다. 또한 한나라당 보좌진들은 '헌법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고 씌어 있는 종이를 들고 문 앞을 막고 있다. 한나라당 보좌진들은 "우리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들어갈 때 헌법을 즈려밟고 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헌법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이영섭 기자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본회의장 앞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보좌진들을 방문, "의원들이 어제 밤을 샜는데 오늘도 내일도 샐 수 있다"며 "전효숙 소장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헌법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의 문제이고 더 절실한 것은 10년 야당생활을 청산하느냐 못하느냐다"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보좌관 협회(한보협)와 의원은 운명공동체로, 한보협과 사무처 당직자가 5분 대기조를 구성해 비상체제로 움직여야 한다"며 "한보협과 사무처, 의원들이 3인 일체가 되어 나가자"고 독려했다.
이영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