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재경차관이 "집값에 거품이 없다"며 대대적 주택공급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임영록 재경차관보가 "부동산대책 때문에 민간건설 부진이 지속될 것 같아 내년에 건설경기 보완책을 내놓겠다"며 노골적으로 '부동산 경기부양'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예고된 내년 상반기의 '강남대체 신도시' 발표 등 대대적 부동산 경기부양을 예고하는 것으로, 정부가 겉으론 집값잡기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내년 대통령선거 등을 의식해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성장률을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임영록 "부동산정책 때문에 민간건설 부진"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17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제경영원이 주최한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 발표자로 나서 "올해 들어 민간의 건물 건설 부문 부진이 전체 건설경기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민간건설 부진이 지속될 경우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대책이 민간건설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임 차관보는 최근 경기상황과 관련, "유가와 환율이 하반기 들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대외여건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작성 시점보다 양호한 모습"이라며 "그러나 민간소비.설비투자.건설투자.대외거래 등 국내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대외여건은 생각보다 좋으나 국내여건이 엉망이라는 분석인 셈.
그는 이어 내년 경기전망과 관련해서도 "내년 경상수지는 수출증가세가 10% 내외로 낮아지고 서비스수지도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설비투자 역시 올해와 같은 경기순환적 개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투자성향 보수화, 중국경제 부상, 신규 수익모델 부재 등의 구조적 투자 제약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암울하다는 얘기다.
임 차관보는 따라서 결론적으로 "내년 거시정책은 경기 흐름에 대응해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기업환경 개선,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건설경기 보완, 서민금융 활성화 등 미시정책을 통해서 잠재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골자는 건설경기 보완. 한마디로 말해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내년도 경제를 운영하겠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박병원 재경차관이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파안대소하고 있다. 이들은 '모피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재경본색 "건설경기 활성화 만한 경기부양 해법 없다"
임 차관보 발언은 부동산대란 발발후 사실상 부동산정책을 비롯한 경제운영 전권을 접수한 재경부가 향후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를 극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발언이다. 동시에 세간에서 말하는 '재경본색(財經本色)'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발언이기도 하다.
임 차관보 발언은 기존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재경부 불만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주도해온 기존의 세제 중심 부동산대책이 민간건설 부진만 초래했다는 우회적 불만 토로인 셈이다. 청와대 대신 재경부가 주도한 11.15 부동산대책이 대대적 주택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어, 건설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능하다. 또한 "2008년이후엔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집값 폭등 유도형'에 가까운 재경부 관계자들의 잇따른 발언도 같은 인식의 산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말해 부동산경기 부양을 통해 내년에 올해보다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발상에 다름아닌 것이다. 특히 내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기에 정부여당의 일원인 재경부로선 경기부양이 당면한 최대과제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미 내년도 부동산폭등 재연은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강남 대체형 신도시'를 추가로 확정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과천 등 수도권 일대 후보지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집값, 땅값이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임 차관보가 말한 '내년의 건설경기 보완'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1.4분기는 올해 1.4분기가 6.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까닭에 최악의 경우 1~2% 성장까지 예견되고 있다. 때문에 재경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더 느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내년예산 조기집행 등을 부양책외에 부동산 경기부양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남 대체형 신도시'가 바로 히든 카드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은 나라다. 지난해의 경우 19%.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의 비중이 4~5%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단히 기형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몇년간 그 비중이 15%에서 17%, 19% 식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생산적 기업활동 대신 건설산업만 활황세를 구가했다는 얘기다. 건설업계가 지난 5년간 '단군이래 최대호황'을 구가했다는 얘기도 이래서 나오며, 한국에서 '부동산거품'이 터질 경우 일본보다 더 극심한 대재앙이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부동산경기 부양이라는 치명적 마약을 계속 투입하려 하고 있다. 끝을 보려 하는 것이다. 과연 재경부의 '망국적 경제드라이브'를 방치할 것인가. 국민 모두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