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화두 "1219 정권교체, 힘모아 좌익척결!!!"
‘좌파정권 종식’ VS ‘진보정권 연장’… 사활 건 한판
홍준호 기자의 ‘2007 大選 감상법’
홍준호 편집부국장 jhhong@chosun.com
입력 : 2007.01.01 02:07
올해 12월에 치러질 17대 대통령선거는 사생결단의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10년 진보정권을 더 연장하려는 여권과 정권을 되찾으려는 야권이 모든 것을 걸고 격돌하고, 이 한판 승부에 우리 사회의 모든 이해집단들까지 편을 나누어 가세할 것이다. 햇볕정책 10년의 단꿀을 맛본 북한도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대선은 기본적으로 구도와 사람의 싸움이다.
먼저 선거 구도. 한나라당을 비롯한 범우파 진영은 ‘무능한 좌파정권 종식’을 내세울 것이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김진홍 목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를 예고했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누가 됐든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손잡을 뜻임을 밝혔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야당이 내세운 구호는 ‘군정 종식’이었다. 야당의 핵심구호가 20년 만에 ‘군정 종식’에서 ‘좌파정권 종식’으로 180도 바뀌는 것은, 그 구호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 여부를 떠나 격랑을 헤쳐온 한국 정치가 또 다른 전환기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구도하에서 창을 쥔 쪽은 야당이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 여권이 맞세울 방패는 새판 짜기와 노선의 부분 이동이다.
열린우리당을 허물고 민주당 등과 함께 새 정당을 만들려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무능에 대한 공세로부터 조금이라도 비켜서겠다는 계산이다. 좌파정권 종식 공세에는 결국 ‘중도’로 옮겨가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다. 여당에는 기존 개혁 노선의 고수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지만, 이미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4대 입법에 매달렸던 그동안의 노선에 대한 자성과 내부 비판이 광범위하게 번져 있다.
범 여권은 이념의 좌표를 ‘중도’로 옮기더라도 ‘개혁의 지속’은 계속 주장할 것이다. 이른바 중도개혁론이다. 그래야 “한나라당의 집권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맞불을 놓을 수 있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한 지금까지의 정책을 대체로 고수할 것이다. 북한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오는 상황이 지속되는 건 여권에 부담이다. 그렇더라도 그나마 야당의 무능정권 공세에 맞서 버티고 역공도 할 수 있는 게 이 분야라고 여권은 보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은 햇볕정책의 폐기 혹은 수정,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 및 한미연합사 해체 시도 중단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고, 이런 한나라당을 여당은 반(反)평화 비(非)자주세력으로 맞받아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어떤 카드를 꺼낼 것인가도 대선의 한 변수가 된다.
‘좌파정권 종식이냐, 개혁 지속이냐’는 논란은 최근 진보정권 10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자연 서로 이념적으로 상대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캠페인으로 흐르게 된다.
이번 대선은 이런 논란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기에 구도가 좀 더 복잡하다. 지금은 3공화국 이래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본 시점이다. 때문에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지금이야말로 국정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적기(適期)이고, 이 시기에 비전있는 지도자가 누구인가를 놓고 벌이는 포지티브 캠페인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이 같은 포지티브 캠페인 경쟁에 불이 붙을 경우 성장, 일자리, 교육, 노후, 부동산, 연금, 세금 등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정책들이 표를 좌우하는 첫 번째 대선이 될 수도 있다고 선거전문가들은 말한다.
선거의 구도 못지않게 인물의 경쟁력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선이다. 한나라당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란 앞서가는 주자들이 있고, 이 중 누가 후보가 될까, 분열은 없을까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에 비해 범 여권은 고건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주연배우가 없는 인물난이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다. 여권은 우선 3~4월 중 신당창당을 통해 새 판을 짜놓고 주연배우 공모에 나서겠다고 말한다.
여권의 유력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선의 해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그 결과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치권에선 범 여권과 범 야권이 1 대 1 승부를 펼치게 되면 결국 1% 안팎의 박빙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입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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