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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약진? 盧가 개판친께 그런 거제"

[광주 현지르포] "젊은 아그들, 하도 언론서 떠드니 '이명박' 찾제”

지난 26일 <광주일보> 여론조사에서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19년만에 최초로 광주-전남 지역에서의 한나라당 지지율이 '마의 10%' 벽을 넘어서 13.3%를 기록하자, 여의도에 희비가 엇갈렸다. 한나라당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온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정권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라면서도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과연 광주-전남의 실제 민심은 어떠한가. 본지는 지난 27~28일 이틀간 광주를 찾아 생생한 육성을 들었다. <편집자주>

20대 “취업난이 심각한 때 이명박이 되면 좀 달라지지 않겠나”

28일 서해안 일대가 다 그러했듯, 광주에도 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한파가 몰아닥쳤다. 그럼에도 금남로 등 광주 도심과 전남대 등 대학가에는 젊은층들이 '화이트 연말'을 즐기느라 북적였다.

<광주일보>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10%대에 진입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19∼29세의 젊은 유권자들이었다. 이들의 한나라 지지율은 19.7%. 다섯 명 중 한명 꼴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만나본 대학생 등 젊은층은 '한나라당'이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처럼 크지 않아보였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호감도보다는 '이명박'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보였다.

광주 광천동에서 만난 심인성씨(가명 25ㆍ전남대)는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사실 정치는 잘 모른다. 관심도 없다”면서도 “그냥 들은 본 사람 중에서는 이명박이나 손학규 정도가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취업난이 심각한 때, 이명박이 되면 아무래도 기업가 출신이고 하니까 좀 달라지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에 있는 청계천에 가본 적은 없지만 신문이나 TV 보면 청계천을 놓고 이 시장의 ‘강한 추진력, 추진력’ 하니까 좀 그런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좀 ‘옛날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또 우유부단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고 혹평했다.

전남대에서 만난 대학원생 김유진(가명 26ㆍ여)씨는 “원래 정치에 관심은 없다”며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예전에 정주영 나오는 기업 드라마(MBC <영웅시대>) 보니까 이명박이 좀 괜찮은 사람으로 나오더라”며 “또 지금 언론에서 하도 이명박, 이명박 하니까 그런가보다”라고 말했다.

젊은세대를 옥조이고 있는 살인적 취업난과, 언론의 호의적 이명박 보도의 영향이 맞물려 한나라당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난 양상이다.

유종필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이와 관련, “40대이상 중장년층들에게 '경험'으로 박혀있는 5.18이 2~30대 젊은층에게는 그야말로 ‘역사’가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그들에게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지역의 한나라당 약진을 이끄는 것은 2~30대의 젊은 유권자 층이다. 문제는 이들 젊은층의 한나라당 선호도에 명확한 이유를 들지 못하다는 점. 사진은 전남대 전경. ⓒ김동현 기자


4, 50대 "젊은 아그들이 언론에서 하도 떠드니까 이명박 지지하는 거지”

그러나 40대이상의 반응은 달랐다.

택시기사 이주황(가명. 45)씨는 “젊은 아기들이 언론에서 하도 떠드니까 막연히 이명박 씨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 도대체 이명박을 지들이 어찌 알까. 그 사람이 광주시장이나 전남지사라도 했나?”라며 “아직 광주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 이러는 썩을 X들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한나라당에 대한 변함없는 적개감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 전대나 조대(전남대나 조선대) 다니는 애들은 머리띠 두르고 ‘으싸 으싸’ 할 만큼 정치의식 투철했소. 근데 뭐 정권도 바뀌어 봤고 세월도 바뀌고 하니, 이제는 대학생들 입에서 정치 얘기도 덜 나오고, 그래서 ‘누구 지지하냐’ 물으면 그냥 TV 좀 많이 타는 사람 대답한 것 아니것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설령 이명박씨를 (2~30대가) 지지한다고 칩시다. 그래 그 젊은 아기들이 (이 전 시장을) 찍을 것 같소? 천만의 말씀이다. 아그들이 예전 아그들보다 역사나 정치를 잘 몰라서 한나라당 지지 운운하는 것만큼, 투표소로 가서 도장 ‘콱’ 찍을 열정, 그런 가능성도 덩달아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아야제”라고 말했다.

광주역에서 만난 박충호(가명 51ㆍ회사원)씨는 “광주에서 ‘이명박 지지도’가 20%를 넘었다는데 그거 믿고 좋아하다간 큰 코 다칠 것”이라며 “지금 기본적으로 상대당(민주당 내지 열린우리당) 후보가 결정도 안 된 상태에서 설문조사하니 당연히 이명박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아니, 막말로 대답할 후보가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이 세 사람 뿐인데 뭐라 대답하것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그 셋 중에 잘 들어보지도 못한 손학규라고 대답하것소? 그렇다고 감히 광주에서 박정희 딸인 박근혜라고 대답하것소? 이명박 말고 딱히 대답할 사람 있것소? 그걸 가지고 ‘이명박 지지도가 호남에서도 높네’, ‘어 광주가 변하네’ 이런 말 하면 정말 그 사람이 바보 아니것소?”라고 말했다. 그는 한마디로 “지금 보이는 지지도 그 자체가 ‘숫자의 함정’”이라고 단언했다.

“이명박, 노무현과 닮았다”

젊은세대에서도 아직 '안티 한나라'가 다수였다. 이들 '안티 한나라'의 특징은 한나라 지지층의 지지이유가 애매한 반면, 반대이유가 분명했다는 점.

전남대 앞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지영(가명ㆍ31)씨는 “솔직히 한나라당이 호남 민심 돌리려고 서진정책 편다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쇼’ 같아 곱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호남에 공 들이려는 이유도 결국은 선거에서 이기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선거용으로 써 먹을려는 그 자체에서 한나라당의 진정성을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는 더 보기싫다”며 “솔직히 노무현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막말한다’, ‘경박스럽다’고 하는 것처럼, 이명박 전 시장도 노 대통령처럼 경박스럽기는 매한가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이 말하는 거 들으면 꼭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 같다”며 “예전에 ‘서울을 하느님께 바친다’고 해서인지 왠지 모르게 꼭 ‘한 톤 업’ 된 것처럼, 설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점에서는 노무현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이 대통령되면 지금 노통 때처럼 ‘말’ 때문에 꽤나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행여 이명박이 대통령되면 우리 모두 교회라도 다녀야 되는 거 아니냐”며 강한 거부반응을 드러냈다.

금남로 지하상가에서 만난 이숙자(가명 64ㆍ여)씨는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에 대한 평을 묻자 대뜸 “박근혜, 그 썩을 X, 지가 누구 딸인데 그렇게 설치나, 그러면 안되제”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옆에 있던 이 씨의 딸 윤성옥(가명ㆍ38)씨는 “솔직히 박근혜가 해 놓은 게 뭐냐”며 “박근혜 지지자들은 선거에서 ‘박풍’으로 한나라당을 구했다고 하지만, 그건 순전히 지지자들이나 한나라당에나 해당되는 말이지, 우리 같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보여준 게 전혀 없다고 본다”고 어머니 말을 거들었다. 그는 “정말 정책과 나라의 비전을 가지고 말해야지 그렇게 바람몰이 식으로 자기 식구들만 결집 시키는 것으로는 (호남에서) 어필하기 힘들 거”라고 꼬집었다.

전남대 대강당 입구에 내걸린 현판. 현판에서도 알 수 있듯 호남지역의 노무현 지지는 한때 대단했었다. 그러나 노 정권의 실정으로 말미암아 그 반사이익이 고스란히 현재의 한나라당 약진의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한나라 두자리 지지율? 다 노무현이 개판친께 그런 거지"

전남대 대강당 입구에 들어서다 보면 다음과 같은 현판이 새겨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5월 18일(일요일) 오후 2시에 이 곳 대강당에서 특별강연을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예전에 얼마나 높았나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한나라당 10% 지지도를 만든 원동력은 다름아닌 ‘노무현 정권의 실정'이었다.

전남대 당직실에 모여있던 6명의 5~60대 대학 관리자들은 한나라당 지지도가 두자릿 수를 기록하고 있는 원인을 한 목소리로 “노무현 정권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말했다.

한 관리자는 “물어보지도 마라. 다 똑같았다. 민주당이든 열린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정치인이라면 다 똑같아. 지금 한나라당 지지도가 두 자릿 수라고 하는데 그거 의미있나? 노무현 정권이 워낙 개판쳐 나와분께 그런 거지”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관리자는 “나는 내년 선거 되면 김밥 싸들고 무등산으로 소풍이나 갈라요”라며 “다섯 명 나오면 다섯명 확 다 도장 찍어부려야제”라고 극한적 정치 혐오증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 뭐 40%가 넘는다는 이명박 씨도 내놓은 것 보니까 무슨 ‘수에즈 운하’(한반도 대운하 구상 지칭)를 한국에다 만든다는데 그게 지금 서민들 하고 무슨 상관 있소? 피부에 와닿는 말을 좀 해야지”라고 박한 평가를 했다.

또 다른 관리자 역시 “열린당인지 벌린당인지 빨리 없앨라면 없애지, 저거들끼리 천날만날 쌈박질만 하니 원... 애초 분당 자체가 틀려 먹은 거제”라고 2003년 열린우리당의 분당을 질타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메카인 구 전남도청 로터리. 광주 민심의 바닥에는 아직 '역사'가 분명히 자리잡고 있었다. ⓒ김동현 기자


"선거 두달 남겨두면 다 찍을 놈 찍는다"

광주 여론은 그러면서도 현 상황이 그대로 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전남대의 한 관리자는 “저쪽(범여권)에서 후보만 결정되면 상황이 바뀌지 않겠냐”며 “아무리 그래도 광주 사람들이 한나라당 찍것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물론 지금은 ‘아무도 안찍는다, 다 똑같다’ 했싸도 결국 선거 두 달 남겨두면 다 찍을 놈 찍는다”며 여권의 통합신당 후보를 겨냥했다.

금남로 지하상가에서 포토샵을 운영하고 있는 박중호(가명ㆍ41)씨도 “지금 대안이 없으니 그런 거 아니냐”며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도 호남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호남에서 이명박 개인에 대한 지지도는 높을지 몰라도 선거가 다가오면 이 전 시장도 결국 한나라당 후보라는 낙인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선업을 하고 있는 이기호(가명ㆍ51)씨 역시 “지난 번 지방선거 때 ‘당(열린우리당)을 잘못 달고 나왔다고 친척인데도 안 찍었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들었다”며 “그만큼 선거에서는 후보보다는 당이 이 지역에서는 아직 유효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씨가 자질이 있어도 결국 그게 발목을 잡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광주지역 기업인들 중 적지않은 이들은 광주 경제의 몰락 위기때문에 최근 들어 공개리에 말을 하진 못하나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주가 고향인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사석에서 광주기업인들을 만나니 경제난 때문에 이명박씨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일반 민심은 아직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 아직 광주 민심은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환호성을 터뜨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광주=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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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3 6
    ㅋㅋㅋ

    저것들 철들려면 김정일밑에서 살아봐야지
    김정일이 퍼준 원자탄으로 싹쓸이해줄테니
    기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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