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자유무역협정) 6차 협상이 시작되는 15일 오전, 협상장인 신라호텔 앞에서 민주노동당 의원 전원이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권영길 원내대표를 비롯한 9명의 의원들은 이날 신라호텔 로비에서 졸속적인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20일까지 맞은편에 단식농성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새벽부터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경찰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했다.
경찰은 새벽 6시께부터 차량 20여대로 신라호텔 앞을 틀어막고 전경 1만5천명을 동원해 의원단의 협상장 로비 기자회견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의원들은 경찰 책임자에게 기자회견 봉쇄의 법적근거를 따져물었지만 경찰은 ‘신라호텔의 요청’이라는 이유 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맞서 의원들은 현재 ‘민생파탄 낼 한미FTA협상 즉각 중단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신라호텔 협상장 정문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15일 신라호텔 앞 기자회견을 막는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최병성 기자
의원단 9명 기자회견에 경찰 1만5천명 동원
의원들은 경비 책임자의 공식사과와 더불어 예정된 신라호텔 로비 기자회견을 허용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도 경찰에 대한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권영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개헌을 말하는 세상에서 국가와 공권력이 헌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당국의 경비책임자가 나와 공식사과할 때까지 이 자리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얼마나 잘못하고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길래 국회의원들의 정당한 기자회견마저 막아서는가”라며 “그렇게 부끄러운 졸속적인 밀실협상은 당장 그만두는게 낫다”고 질타했다.
심상정 의원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공무수행을 아무런 법적근거 없이 막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공권력의 폭거”라며 “향후 경찰청장과 행자부 장관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경찰의 기자회견 저지에 맞서 항의 연좌농성에 돌입했다.ⓒ최병성 기자
민노당 의원 9명 전원, 19일까지 시한부 단식농성 돌입
한편 의원단은 이날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통령의 정략정치에 모든 것이 휩쓸리는 지금, 한미FTA의 임박한 위험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나라와 서민생활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민주노동당 의원단의 단식농성은 한미FTA 협상 중단과 민생정치 복원을 요구하는 국민의 절박한 바람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
이들은 “협상에 임하는 정부가 공정하고 떳떳하다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노무현 정부의 태도는 졸속 강행되는 한미 FTA가 정당한 협상이 아니라 거짓으로 가득 찬 음모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단은 오전 10시, 현재 연좌농성을 하고 있는 협상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이 마무리되는 오는 19일까지 9명의 의원 전원이 모든 국회일정을 중단한 채 단식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의원단은 이날 신라호텔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9일까지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하고 FTA 협상 중단 촉구 단식농성에 돌입한다.ⓒ최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