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지상으로 보내준 마지막 편지, '15분 동영상'
사망학생 부친, JTBC에 전격 제보하며 의혹 제기
고 박수현 군의 아버님이신 박종대 씨는 27일 JTBC <뉴스9>와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가 아들이 유일한 유품인데요. 발인 입관할 때 그쪽에서 전달을 받았다. 그래서 마지막 핸드폰을 열어봤는데 메모리카드가 남아 있었고 그래서 혹시나 하는 심정에서 열어봤는데 사진 한 40여 장과 동영상 3개가 있었다"며 "평소에 아들이 그런 관찰력이 있기 때문에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았나 생각했고, 그걸 주의 깊게 보던 중 많은 부분이 의문이 들어서 제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제가 알기로는 8시 58분에 최초 접수가 됐다고 얘기하는데 우리 아이들 영상에는 8시 52분에 이미 배가 상당히 기운 것으로 돼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까 이거 뭔가 틀린 것 아닌가, 이건 아들의 핸드폰이 아니라 사회에 어떤 진실을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무조건 제공하게 되었다"며 정부당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그는 더 나아가 "그 영상에 앞서서 6시 26분경에 배의 난간을 찍은 사진이 하나 발견됐고요. 그리고 7시 20분경에 선실 내 조명을 찍었던 사진"이라며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누가 보더라도 의미 있거나 멋있지 않은 풍경인데 왜 찍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까 동영상에 나온 시간하고 정부에서 발표한 시간으로 어떤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얘가 이미 6시 26분경에 이 배가 삐뚤어지지 않았나, 그런 것을 전달하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가지고"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JTBC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사고 초기에 학생들이 출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리를 지키라는 안내방송 때문에 참사가 발생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아 기울어졌어", "쏠리는 거 장난 아니야. 자꾸 이쪽으로 쏠려. 못 움직여"라고 긴장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잘못된 안내 방송 탓에 학생들은 위험을 잘 몰랐다.
"야, 누가 구명조끼 좀 꺼내와봐", "아 뭘 꺼내", "신난다", "야 나 진짜 죽는거 아냐?", "수학여행 큰 일 났어"라고 학생들은 말했다.
그 시각, 세월호는 제주관제센터에 배가 넘어간다는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애써 안정을 취하려 했다.
"다 안정되고 있다", "안정되고 있어?", "어 점점 왼쪽으로 가고 있어", "어. 야. 아까보단 괜찮아진 것 같아".
잠시 끊겼던 동영상은 8시 59분 53초에 다시 촬영이 시작된다. 배가 기운 지 10분이 넘어가면서 학생들은 구명동의를 찾았다.
"나 구명조끼 입는다", "야 나도 입어야 돼. 진짜 입어야 돼", "아 나도 입어야 된다"며 서로를 챙겼다. "야 00야, 00꺼 없어. 받아와야 돼", "내 것 입어", "너는?", "나? 가져와야지".
아직도 학생들은 상황을 몰랐다. "야 이거 왜 이래", "선장은 뭐하길래"
침몰이 시작한 지 16분, 아직도 탈출할 시간은 충분하지만 지시대로 객실에 남아서 불안해한다. "전화 안 터진다고?", "어 안 터져", "녹음이야 지금 동영상이야".
떠오르는 건 가족과 친구들이다. "엄마, 아빠 아빠 아빠 아. 내 동생 어떡하지?", "진짜 그런데 갑판에 있던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세월호가 진도VTS와 교신을 시작한 9시 6분쯤, 아이들이 갑판을 떠올릴 때 다시 안내방송이 나온다. "단원고 학생 여러분 및 선생님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에 학생들은 "네"라도 답했다.
아이들은 탈출을 생각한다. "아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구명조끼 입으란 거는 침몰되고 있다는 소리 아니야?", "어 진짜 바다로 뛰어들 것 같아", "우리 이렇게 바다로 헤엄쳐서 이렇게 될 거야".
그때 또 방송이 나온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 걱정도 했다.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 "카톡 왔어. 선생님한테", "뭐래?", "애들 괜찮냐고", "선생님도 여쭤봐", "선생님도 지금 카톡을 안 보고 있어".
JTBC는 "이렇게 동영상은 끝이 났다. 이 16분만 제대로 안내했어도 많은 아이들이 살 수 있었다"며 "저희들이 이렇게라도 전해드리기로 한 것은, 아마도 이 영상이 아이들이 지상으로 보내준 마지막 편지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