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8일 현재 진행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미국에 내주기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정부의 수동적 협상방식을 질타하며, 현재의 협상 방식이 바뀌지 않을 경우 '국회비준 거부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열린당 의원들의 이같은 집단적 입장 표명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사흘째 길거리에서 단식 농성을 하면서 잇따라 한미FTA타결시 예상되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데 대해 동조적 성격이 강해, 한미FTA 체결시 이들간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6차협상 끝나면 '묻지마 협상'으로 급진전될 것"
김태홍, 임종인, 정창래, 홍미영 등 23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 협상이 19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자유무역은 상호이익이 전제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6차례의 협상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거의 없었던 반면 미국에 내줄 것만 쏟아져 나왔다”며 “국익과 국민생활에 직격되는 핵심쟁점에서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쟁점별로 면밀한 재검토와 대책을 범국민적으로 공론화하라”고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성공단 원산지 표시문제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관철이 어려운 실정이고, 무역구제절차 개선문제 역시 미국은 자국의 무역구제법을 유지하는 것으로 못박아 놓아 실질적인 협상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객관적인 판단”이라며 “양국간에 첨예한 협상쟁점이 시작돼야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스크린쿼터, 자동차, 의약품 등은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풀어주는 등 시작부터 불공정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협상이 진행되면서 투자자 정부제소, 지적재산권, 신금융서비스 등 신통상이슈에서 우리측은 아무런 대책도 검토도 없이 속수무책일 뿐이었고 미국에 유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며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지 못한 핵심쟁점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일괄타결될 것이기에 이번 협상이 마무리되면 한미 FTA는 ‘묻지마 협상’으로 급진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부는 6차회담 이후 내달까지 핵심쟁점을 노대통령 결단 등 고위층 절충을 통해 매듭짓고 양국 국회에 제출할 비준안을 작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법률 1건도 양보 안하고, 우리만 169개 법 바꿔야 할 판"
이들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1백69개의 국내 법률과 충돌하게 돼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이중 상당 부분은 우리측 협상단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그러나 미국은 연방법률 개정사항을 단 한 건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미 FTA는 명백한 불균형 협정이 되고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한해 동안 국내의 경제학자, 종교계, 여성계, 변호사, 의사, 약사, 농민,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준비와 대책 없이 진행되는 협상상황을 지적하고 이는 무서운 재앙이 될 것이며, 서민생활은 돌이킬 수 없는 양극화의 나락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가 현재처럼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협상을 계속할 경우 적극적으로 한미 FTA 반대와 국회비준 거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성명에는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김태홍, 김형주, 김희선, 문학진, 선병렬, 우원식, 유기홍, 유선호, 유승희, 이기우, 이상민, 이인영, 임종인, 장영달, 정봉주, 정성호, 정청래, 최규성, 최재천, 홍미영 의원이 참여했다.
18일 오전 한미FTA 6차협상이 열리고 있는 서울 신라호텔 앞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온몸을 방한복으로 감싼채 나흘째 협상 중단 촉구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삼정-노회찬 등 한미FTA 타결시 위험성 경고
한편 한미FTA 협상장인 신라호텔 앞에서 사흘째 단식농성 중인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심상정 의원은 18일 잇따라 한미FTA타결시 예상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발표하며 즉각적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한미 FTA에서 미국이 얻을 이익이 가장 큰 분야는 금융서비스 분야"라며 "그 이유는 금융산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한미간 생산성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신금융상품을 수용할지 여부, 국경간 거래를 허용할지 여부, 금융정보처리 해외위탁을 허용할지의 여부"라며 "결국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 의원은 "신금융서비스란 미국에는 있으나 한국에는 없는 신금융상품·서비스로 대부분 선물, 옵션, 스왑 등을 결합한 구조화 상품"이라며 "이러한 구조화 상품의 경우 한미간 상품개발 능력의 차이 외에도 리스크가 클 뿐만 아니라 피해규모가 대형일 수 있다는 것과 감독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미국 파생금융상품의 국내 유입시 발생할 초대행 재앙을 경고했다.
심 의원은 이밖에 신용평가 서비스, 신용조회·조사, 채권평가사업, 펀드평가사업에의 미국계 진입 가능성과, 금융정보처리의 해외위탁허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미국 보험 플래너들의 국내영업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노회찬 의원은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IIE)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쌀 관세화가 포함될 경우 21만여명의 농민이 실직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작년 6월 발표했다며 협상중단을 촉구했다.
IIE 보고서에 따르면, 쌀까지 관세화 대상에 포함시켜 한미FTA를 체결할 경우 쌀 농가의 대부분인 21만3천7백21명의 쌀 생산 농민이 실직하게 될 것이며, 쌀을 제외하더라도 쌀 생산농민 2만7천여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야채․과일과 1차 생산물 분야에서도 최대 15만여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밖에 기타 기계장비 부문에서 8만여명, 전자장비 분야에서 4만6천여명, 운송장비 부문에서 2만여명, 자동차에서 6천여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자동차, 기타수송 장비, 전기설비, 기타 기계설비, 사회 서비스업에서 상당한 일자리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 의원은 "한미 FTA는 제조업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저승사자같은 존재로 쌀도 고위급회담에 포함시켜 처리하자는 미국측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서는 절대로 안된다”며 졸속적 한미 FTA협상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