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을 강력 시사한 데 이어 정동영계인 김한길 원내대표도 22일 당 사수파를 맹비난하며 탈당을 시사했다.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도 탈당 불가피론을 펴며 김 의장도 마지막에 탈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통합신당파'인 정동영-김근태계도 천정배-염동연 등 '당 해체파'가 불붙인 탈당 도미노에 합류하는 양상이다.
이들은 23일 및 25일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 및 기자회견이 탈당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한길 "개혁 치장한 기득권 세력이 당 혼란에 빠뜨려"
김한길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그동안 기간당원제가 실패했다는 데 대해서는 당내에 이견이 없었다. 비대위원 전원이 기간당원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 합의했고, 뿐만 아니라 당의장이 지도부를 대표해서 한 달 간이나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의 의견을 확인한 결과"라며 "그런데 어느새 개혁을 치장한 기득권세력이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은 모두가 선이며 다수의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잘못되었다고 헐뜯고 있다"고 당 사수파를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사수파를 "우리당의 창당시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당내 권력 지분 투쟁에 몰두하면서 당을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세력"으로 재차 규정한 뒤, "이들이 또다시 기간당원제를 고집한다면 수구기득권 지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법원의 가처분결정은 기간당원제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당헌 개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만약 29일에 치러지는 중앙위원회가 기간당원제를 부활시킨다면 지도부 전원과 전국당원 대부분이 합의한 내용을 뒤집는 것으로, 만약에 이번 전당대회가 기간당원제에 의해서 치러진다면 정치적인 퇴행 이외에 어떤 의미 부여가 가능한 지 의문"이라고 말해, 29 중앙위가 파행을 겪을 경우 탈당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김근태-정동영도 탈당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열린당 탈당 규모가 과반수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사수파는 개혁이란 이름 붙이기도 뭐한 모험주의자들"
정동영 전 의장도 22일 재차 당 사수파를 "개혁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뭐한 모험주의자들"이라고 맹비난하며 29일 중앙위 무산시 탈당을 단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은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한 우리당의 당헌당규에는 관심이 없다"며 사수파의 당헌 소송을 "세계 정당 사상 유례가 없는 신판 구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당의 문제를 법원도 끌고 간 것, 이유 여하를 떠나서 부끄러운 일이고 해당 행위"라며 "당에 대한 동지애가 없다. 끊임없이 기득권과 지분 정치를 해왔다"며 "소수의 고립주의자, 소수의 개혁모험주의자들에게는 개혁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나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당 사수파를 질타했다.
그는 29일 중앙위와 관련, "이것은 어쩌면 분열 없는 신당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비상구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해, 중앙위가 무산될 경우 탈당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목희 "전당대회 무산되면 김근태, 당에 남을 이유 없어"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도 29일 중앙위 무산시 탈당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 위원장도 이날 `손석희의 시선집중'와 인터뷰에서 "29일 중앙위원회 개최 이전에 일부 의원들이 탈당하고, 중앙위에서 당헌 개정안이 부결, 무산되면 대거 탈당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대거 탈당이란 당 사수파를 제외한 대다수가 나간다는 의미이며 나도 포함된다"고 중앙위 결렬시 자신도 탈당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김근태 의장 거취에 대해서도 "의장이라는 직분상 자기 생각이 있더라도 전대를 무사히 치르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당에 대한 책임이 큰 당직자는 행동을 하더라도 상당히 뒤에 할 수밖에 없고, 이런 성실한 노력에도 안된다면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맨 마지막에 합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대거 탈당 사태가 오면 우리당은 3분될 것이라고 본다"며 "소수가 우리당에 잔류하고, 나가는 분들 중에서는 개혁적 색채가 강한 분과 보수적 색채가 강한 분들이 함께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수적인 분들은 민주당에 방점을 찍을 것이고, 개혁적인 분들은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 등과 함께 할 것 같다"며 "결국 새판을 짜게 되면 호남보수당이어도 좋다는 분들과 과연 함께 할 수 있을 지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해, 염동연 의원 등과는 탈당후 신당을 같이 할 생각이 적음을 드러냈다.
지난 주말 정동영-김근태계 공동행보 합의
정동영 전의장을 비롯한 김한길 원내대표,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 비대위 간부들의 잇따른 탈당 경고는 이미 정동영-김근태계가 탈당에 합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법원의 당헌개정 무효 판결 직후 '당 해체파' 간판격인 천정배 의원이 즉각 탈당을 선언하자,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은 전화 통화를 하며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당 사수파가 중앙위와 전당대회를 무산시킬 경우 탈당을 단행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그러나 29일 중앙위 이전인 오는 23일과 25일 두차례 예고된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연설 및 기자회견이 탈당 여부를 결판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 사수파의 행동은 노 대통령의 리모트 콘트롤의 산물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이때 당 사수파의 신당파 출당 작업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정동영-김근태계도 탈당 도미노에 합류할 것이며, 만약 절충안이 나온다면 탈당 규모는 당 해체파와 임종인 의원 등 진보개혁파로 국한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동 과정에 당 사수파와 신당파 사이에 워낙 감정적 골이 깊게 파인만큼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의장이 노 대통령의 절출안 제시후 탈당을 만류하더라도 일부 의원들의 탈당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지배적이어서, 열린당 해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