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재보선 참패로 한나라당이 공황적 혼란 상태에 빠진 가운데 당내 일각 및 올드라이트 진영에서 '이회창 복귀론'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유석춘, “이명박-박근혜에 휘둘리는 한나라당, 이회창 카드도 아이디어”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장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26일 4.25 재보선 참패 원인을 ‘이명박-박근혜’ 양 대선주자들의 격한 대립에서 찾으며 “이회창 전 총재 카드도 낼 수 있는 아이디어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 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재보선 참패의 원인은 공천비리와 오만한 한나라당의 태도,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양 주자의 싸움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국민들은 두 대권 주자의 싸움에 진저리가 났다”고 두 대선주자들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당 정체성 문제도 연말 대선의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며 “보수든 중도든 당 이 빨리 이같은 논의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이명박-박근혜에 끌려다니기만 하니 될 턱이 있겠나? 이번 재보선 책임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지도부 책임이 크다”고 당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또 “재보선 결과 이명박, 박근혜 양 주자의 지지율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음이 증명된 것”이라며 “하루빨리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지도부가 저렇게 휘둘리고 있으니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연말 대선을 우려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범우파 진영에서 공공연히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론이 비등하고 있는데 대해 “필요하면 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며 “이회창 전 총재 카드도 낼 수 있는 아이디어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실성 보다 이 전 총재 자신”이라며 “이 전 총재가 만약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한다면 이긴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할텐데 그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 전 총재가 복귀한다해도 이명박-박근혜 양 주자에 이은 3등밖에 못할 분위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총재가 조커 역할을 자임하겠나”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그는 “이번 재보선 결과에 지도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사실상 강재섭 대표 체제의 퇴장을 주문했다. 그는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양 주자가 또 계파싸움을 할 바에야 차라리 기존 강 대표 체제를 선호할 수도 있다”며 “당이 이렇게 책임져야 할 문제에도 이명박, 박근혜 양 주자의 입장에 휘둘리는 상황”이라고 재차 분당위기에 직면한 한나라당을 우려했다.
4.25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이회창 복귀론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올드라이트, “이명박-박근혜로는 역부족, 이회창 밖에 없다”
이같은 이 전 총재의 복귀론은 비단 유 교수만의 주장은 아니다.
한나라당의 4.25 재보선 참패 직후 올드라이트 진영에서 공공연하게 이 전 총재 복귀론을 거명하고 있다. 정창인 <독립신문> 주필은 26일 칼럼에서 “현재로는 이회창밖에 없는 것 같다”고 4.25 재보선 참패에 대한 품평을 내놓았다.
정 주필은 “우리는 그동안 한나라당의 오만과 흐물흐물한 정체성 상실에 대해 경고해왔다”며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현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의 표현일 뿐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 새 대세론에 안주하여 표를 쫓는다는 구실 아래 정체성을 상실했다. 지지층이 없는 허공의 정당으로 전락한 셈”이라며 “우리는 한나라당이 자유애국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정체성을 분명하게 할 것을 계속해서 주문하였다. 그러나 강재섭이 당을 맡게 되면서부터 이상기류가 한나라당에 흐르게 되었다”고 당 지도부를 맹비난했다.
그는 특히 “전혀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명진을 윤리위원장으로 맞았다. 그 때부터 불필요한 잡음이 일게 되었고 급기야 인명진이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발언권이 강해졌다. 강재섭의 윤리노름은 한나라당을 오히려 허물어놓았다”며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중도놀음을 즐겼다. 여의도연구소는 연구소답지 않게 정치적 연구를 통해 중도가 마치 살길인 것처럼 통계노름을 하였다. 그러자 대선후보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어 자신이 중도라고 선언하였다”고 이명박-박근혜 양 주자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일이 이렇게 진행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며 “한나라당이 시류에 영합하여 표를 구걸하겠다는 정체성 상실이 가장 큰 패배의 원인이다. 이에 더하여 멋을 부리겠다고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을 혼합하여 끊임없는 잡음을 생산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세론에 안주하여 적이 누구인지도 망각하고 벌이는 검증노름도 한몫하였다”며 “박빠니 명빠니 하면서 정책과 비전보다는 특정인물에 매달리는 광적지지자들의 눈먼 투쟁도 한나라당을 식상하게 만들었다”고 거듭 양 대권 주자들을 맹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현 지도부로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전망도 밝지 않다”며 “한나라당은 보다 확실하게 보수의 기치를 내 걸 이념적 후보가 필요하다”고 주장 한 뒤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은 현재로는 이회창밖에 없는 것 같다. 결전의 순간 십자가를 질 준비를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이 전 총재의 복귀를 강력 요구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후버연구소’ 초청으로 8박 9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27일 귀국한다. 이명박-박근혜 양 측은 지난 19일 이 전 총재 출국 날 공항에 캠프 관계자들을 보내 배웅 하는 등 창심 얻기에 갖은 노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전 총재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당장 이 전 총재의 지지모임 ‘창사랑’을 중심으로 “내일 귀국하는 길에 중대 결단을 하시라”는 독려가 쏟아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