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는 ‘참씨앗봉사단 창립선언식’이 있었다. 이 행사에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대표, 그리고 고진화 의원이 참석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경주이씨 종친회 참석차 불참했다. 발단은 고 의원이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고 의원은 축사를 통해 “한나라당이 정말 품종 개량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한나라당에서 줄세우기하는 이런 품종으로는 안된다. 지금 지역을 가보면 줄세우기 때문에 시.구의원은 물론이고 이제는 일반당원들까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이명박-박근혜 진영의 줄세우기를 비난했다. 그는 “계파정치는 낡은 정치로, 시대유행을 지나도 한참 지난 정치”라며 “그야말로 3김정치의 산물인데 어째서 우리 당이 이러고 있나”고 거듭 줄세우기를 비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서청원 전 대표 등을 영입한 박 전 대표를 겨냥, “무슨 계파를 만들고 거기다가 올드보이 정치인들까지 부활시키고 거기에 꼬붕들을 다시 줄 세워서 정치를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역에 내려가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아랫사람들은 죽으라 뛰는데 윗대가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핵심당직자, 대권 유력 후보자들은 당을 왜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 그런 목소리가 주류”라고 줄서기 폐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호소하지만 제발 줄세우기에 참여하지 말아달라”며 “다시 한번 호소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최근의 당 지지도 하락을 우려했다.
그는 또한 강대표를 향해 “최근 지도부 3명이 사퇴했다. 변화의 목소리를 남기고 갔는데 아무도 저 사람들의 주장이 옳다, 함께 해주겠다 하는 사람이 한 분도 없다”며 “그 3명이 잘못됐나? 아니면 당이 잘못됐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10여분간 계속된 고 의원의 융단폭격을 단상 아래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진화 의원이 박근혜 전대표 면전에서 줄세우기를 신랄히 비판했다. ⓒ연합뉴스
강재섭 “어떤 수모 있어도 참겠다”
고 의원의 비판에 앞서 강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어떤 수모가 있어도 다 참고 정권 창출을 해 내겠다”며 대표직 고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제 20년 정치사에서 가장 큰 고민을 했다"며 "원래 저는 사표를 잘 내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예를 보면 박근혜 대표를 모시고 원내대표 할 때도 사학법을 못 막아서 제가 임기 한달을 앞두고 사표를 냈다. 또 이회창 전 총재가 지난 대선에서 지자마자 그 때도 최고위원 자리에 있었는데 강창희 최고위원과 함께 제일 먼저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원래 제 성질대로, 제 DNA대로 한다면 빨리 저도 사표내는 것이 사실은 맞다. 그래서 제 거취문제에 대해 상당히 심사숙고했다”며 “그러나 평상시 같았으면 저는 사표를 내는게 맞다고 본다. 만약 대선에서 졌다면 당연히 사퇴해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계 은퇴까지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작년 7월, 대선을 1년 반이나 남겨두고 당원들이 저에게 당 대표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겼을 때 그래도 남은 정치 일정속에서 저라면 화합적으로 선거관리를 잘할 수 있겠다 하여 저에게 역사적 책임을 맡겼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잘못된 것을 고치고 당원들과 화합해 앞으로 나가는 것이 저의 임무이지 제가 귀찮으니까 괴로우니까 그만두는 것이야말로 정말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정말 제 정치 인생에서 최고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어떤 사람이 저를 비난하고 음해해도 극복해 나가겠다”고 거듭 비장한 심경을 피력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결국 우리 모두가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본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어떡하든 국민이 편안하고 잘살게 봉사하는 것이 정치의 처음이고 시작이고 그 이전에는 정치의 목표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