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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직면"

최초로 시인, '저성장-고물가' 최악의 위기 진입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했음을 최초로 시인했다.

저성장-고물가로 요약간으한 스태그플레이션은 과거 1, 2차 오일쇼크가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최악의 위기상황을 일컫는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경제를 비롯해 세계경제가 유가 폭등과 금융 위기로 최악의 위기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의장은 앞서 여러 차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버냉키 의장이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블룸버그통신><CNN머니> 등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출석, "미국 경제의 4.4분기 성장률이 상당히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상품가격 급등 및 달러 약세는 당분간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급증하고 있는 주택차압이 이미 곤경에 처한 주택시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고,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며 "가계 지출은 신용위기와 주택가격 하락, 고유가 등으로 인해 한층 둔화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투자도 이같은 불확실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이 유가 등 상품 가격의 급등과 달러 약세로 중대한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은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고, 인플레이션의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을 장기적으로 고착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년말까지 분기당 45만명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금리 인상에 직면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주택차압 증가가 미국 경제를 둔화시킬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향후 경제지표와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혀 추가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도래를 경고한 벤 버냉키 미연준의장. ⓒ연합뉴스

버냉키 의장 발언이 알져지자 미국 주가는 한때 폭락했다. 특히 미국내 최대유통업체인 월마트의 10월 매출 부진, 모건스탠리의 37억달러 부실 발표 등이 맞물리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15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13,000선마저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미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낙폭을 크게 줄여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대비 33.73포인트(0.26%) 떨어진 1만3266.29로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도 낙폭을 크게 줄이면서 0.85포인트(0.06%) 하락한 1474.77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보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2.76포인트(1.92%) 급락한 2696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때문에 폭락 사태는 면했으나, 월가에서는 미국경제가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미연준 의장이 공식적으로 시인함으로써 향후 주가전망은 어두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한때 97.70달러까지 급등했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버냉키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후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 확산되면서 전일대비 배럴당 91센트 떨어진 95.46달러로 마쳤다.

미달러 가치는 버냉키 발언에 충격받아 유로에 대해 사상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으며, 파운드에 대해서는 지난 1981년 이래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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