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최재천 의원(성동 갑)이 청와대에 대해 '제대로 된 부동산 개혁'을 압박하고 나섰다. 세금만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청와대 및 정부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후분양제 같은 근원적 부동산 대책을 채택하라는 압박이다.
최재천 의원, '분양원가 공개' 외면하는 청와대-정부에 직격탄
열린우리당 제1정조위원장인 최 의원은 18일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띄운 글을 통해 "나는 부동산 정책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고 하는 순간 ‘반개혁주의자’로 몰리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마치 미국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을 가하는 순간, 비판에만 초점을 맞추어 ‘친북’이나 ‘좌파’로 몰아버리는 극단적인 파시즘적 논리와 일맥상통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부동산 정책 검토=부동산 세제 완화'로 규정한 뒤, 부동산 정책의 근원적 잘못을 따지려는 최 의원 자신 등을 반개혁주의자로 몰아가는 청와대 및 정부에 대한 강력 성토다.
최 의원은 "참여정부 부동산 제도의 개혁이 어디에서 좌초되었는 지를 다시 한번 복기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은 바로 분양원가공개의 좌절"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노대통령은 2004년 4월 총선 당시 분양원가 공개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열린우리당이 총선후 이를 추진하려 하자, "장사에는 열배 남는 장사도 있고 열배 손해보는 장사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분양원가 공개를 무력화시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국가 공기업인 주택공사와 자치단체의 공기업인 SH공사 등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사업승인권과 분양심사제도가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하고 심사 과정에 시민단체와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분양원가 전면 실시를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어 그동안 살인적 분양가로 폭리를 취한 건설업자 등에 대해서도 "땅값을 과잉계산하여 분양원가를 높인 건설업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당장 개시해야 한다"며 "이는 엄청난 사기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청와대-정부에 대해 세금으로만 부동산 폭등을 잡을 생각하지 말고 분양원가 공개-후분양제 등 근원적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를 잡을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후분양제 도입하고, 지자체의 탄력세율 규제 강화해야"
최 의원은 이밖에 후분양제 도입, 지자체의 무분별한 탄력세율 규제 등 강도높은 부동산 급등 억제 조치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후분양제의 도입은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주택 보급률이 100%가 됐는데도 아직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이 내 집을 갖고 있지 못하다. 언제까지 성냥갑 같은 일자형(日字型) 아파트에 대다수의 시민들이 거주해야 하는가? 다품종 소량 시스템에 맞는 새로운 주택공급이 필요하고 그것은 후분양제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도대체 모델하우스만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어느 시대에 있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아파트 공급가격에 대한 규제와 선분양제는 연동된 제도였다"며 "이제 공급가격에 대한 규제가 풀려있는 만큼 당연히 후분양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강남 지자체의 경쟁적인 재산세 인하와 관련해서도 "지자체의 재산세 탄력세율 제도의 남용에 대한 규제는 다가오는 국회에서 입법적 결단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이 결단은 단순한 부동산 정책의 차원을 넘어 강남·북 균형발전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의제"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앞서 7일 오후 당 홈페이지에 띄운 <관료에게-추병직 장관의 ‘오만과 독선’을 경계한다!>는 글을 통해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과 박병원 재정경제부차관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부동산정책 수정불가를 외치고 있는 관료들을 "영혼없는 동물들"에 비유하며 맹성토했다. 외형상 추장관과 박차관을 비판한 것이나, 부동산세제 개정 불가 방침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러나 이 글을 발표한 후 일각에서 마치 최 의원이 부동산 세제 완화를 주장하는 '반개혁주의자'인양 매도하자, 재차 글을 통해 '사이비 부동산개혁'이 아닌 '근원적 부동산개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김근태 의장도 "국민주택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주장"
한편 열린우리당에서는 최 의원외에 김근태 의장 등 상당수 개혁파 의원들이 분양원가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 의장은 지난 주말 언론과의 잇딴 인터뷰에서 "(지난 2004년) 분양원가 공개 문제로 `노무현 대통령과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했는데, 그때 원가공개 했으면 잡을 수 있었다"며 "25.7평 이하 국민주택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를 좀 고려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하며 지지율이 폭락한 주된 이유가 2004년 총선직후 자신이 주장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노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하는 또하나의 신호탄인 동시에, 향후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향후 청와대와의 또하나의 대립전선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