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탄'에 물가상승, 스태그플레이션?
원자재값 폭락해도 환율 때문에 물가상승...국민 "죽을 맛"
대불황으로 소득이 줄고 고용마저 불안전해지고 있는 마당에 서민-중산층을 이중으로 궁지로 몰아넣으며 자칫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10월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1%, 전월 대비로는 4.1% 상승했다.
유가 등 수입원자재값은 급락했다. 10월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7.65달러로 지난 7월 131.31달러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 전월대비로도 원유(-17.2%), 동광석(-17.3%), 천연고무(-6.8%) 등이 모두 하락했다.
그러나 평균 환율이 1326.92원으로 석 달 전 1019.12원보다 무려 300원 이상 오르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특히 개별 원자재와는 달리 환율은 모든 수입물가에 인상분이 100%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물가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환율 폭등에 따라 최종재 물가는 지난 8월 7.6%에서 9월 7.1%로 낮아졌지만, 지난달에는 10.3%로 오르며 두자릿수로 진입했다.
환율 폭등은 이미 식품가격 등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사조그룹의 해표 식용유는 지난 10월과 11월 옥수수유와 식용유(대두유) 가격을 각각 10% 가량 올렸다. 콩 가격의 경우 지난 7월 이후 고점을 찍고 국제 곡물가가 900센트로 최근 40% 가량 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을 거듭하면서 결국 제품값을 올려야 했다.
CJ제일제당 등 다른 식품업체들도 적자가 발생하거나 수익이 급감하자 제품값 인상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형마트 매출까지 마이너스로 급감하는 등 내수불황 악화로 소비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값을 올릴 경우 매출이 더 급감할 위험성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환율 폭등은 기업들에게도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유화업계의 경우 글로벌 불황으로 최대수출국인 중국의 주문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나프타 등 국제원자재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환율 폭등으로 수입원자재값이 올라가면서 수출을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최근의 환율 폭등은 300억달러 통화스왑후 1,200원대까지 급락했다가 다시 급등한 것이어서, 앞으로 실물경제 침체가 가속화하고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지배적이어서 이러다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대 중반까지 급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일 연속 상승하며 1,399.2원에 거래를 마감, 1,400원에 거의 턱걸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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