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공포' 현실로...환율 1600원 겨우 막아
외국인 4164억 매도, 골드만삭스 "한국주가 800 붕괴될 것"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36.30원 폭등한 1,570.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1998년 3월11일 1,582.00원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점심때는 역외에서 달러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1,596.00원까지 치솟으며 1,600원선마저 위협, 사실상 '제2 환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외환 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으로 1,570원대로 밀린 환율은 1,570~1,580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1,570.3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국내 외국계은행 딜러는 이날 폐장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정부당국이 달러를 팔았다. 규모는 10억달러 정도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1,610.89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이 이처럼 패닉적 상황에 빠진 가장 큰 요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무려 4천164억원어치나 한국주식을 팔아치우며 15거래일째 '셀 코리아'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4천496억원을 순매도했던 지난해 11월4일 이후 거의 4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날까지 15거래일 동안 총 2조3천82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2월 무역수지가 예상밖으로 양호한 3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으나, 1월 광공업생산이 -25.6%로 사상최저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서유럽이 동유럽 지원을 매몰차게 거절하면서 동유럽 디폴트 위기가 심화될 경우 한국이 국제금융경색 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한국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다가 역외 세력까지 달러화 매수에 나서면서 환투기 공격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확산되며 하루내내 외환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특히 점심시간에 역외세력 매수공세가 거세게 전개되면서 환 딜러들은 점심도 거른 채 갈팡질팡해야 했다.
외국인의 가공스런 매도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22포인트(4.16%) 급락한 1,018.81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010까지 떨어지면 1,000선마저 위협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케이시 마쓰이와 티모시 모에 애널리스트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증시는 작년 4분기 저점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며 "특히 아시아 증시 가운데 한국이 가장 취약하므로, 위험을 헤지해야 할 것"이라고 해 주가 불안을 부채질했다. 보고서는 "코스피 지수는 올해 735까지 하락한 이후 연말에는 945를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지수도 13.50포인트(3.72%) 내린 349.7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35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1월15일(343.35) 이후 한 달 반만이다.
3월 첫날, '3월의 공포'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양상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