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의 '나홀로 집값 폭등'과 이성태
"강남거품 우려된다"면서도...'한국판 그린스펀' 되지 않길
이성태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아파트가격 상승 현상을 보면, 작년까지 5∼6년간 수도권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가계의 부채도 많이 늘었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작년 9월 이후 몇 달 동안 주택가격이 일부 하락하기는 했지만 하락 폭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2∼3개월 일부 지역은 거의 회복했다"며 최근 강남 폭등이 한국만의 '나홀로 현상'임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많이 올랐다가 많이 떨어졌는데, 우리나라는 별로 안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강남 폭등이 한국만의 기현상임을 거듭 강조한 뒤, "이 가격 상승이 확산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1999년에 비해 2008년 주택가격 수준은 많이 올랐고 일부 지역은 거품이 끼지 않았느냐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수준에서 주택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강남 버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아파트 거품이 몰고올 부작용과 관련해서도 "주택가격이 높은 수준에 와있고 가계부채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높은 가계부채가 민간 소비증가를 제약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우려는 여기까지였다. 왜 한국에서만 '나홀로 아파트값 폭등'이 재연되고 있으며, 그것을 막기 위한 '해법'은 무엇이냐는 대목에 도달해선 '속수무책'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 총재는 "주택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에서 상승 기미를 보였다는 게 정책당국으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대책과 관련해선 "여신 증가세가 빠르지 않느냐"고 말해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는 과잉유동성 논란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아직 추세가 바뀐 것은 없다"며 과잉유동성이 아니라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그의 설명만 갖고선 한국만의 나홀로 집값 폭등은 해명되지 않는다. 한 예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만 해도, 강남의 부동산대출 증가율은 비강남의 그것보다 낮다. 강남이 막대한 보유현찰로 투기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강남의 보유현찰력은 상상이상이다. 한 예로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내 한 시중은행 지점의 예금만 1조원에 육박한다. 언제든지 1조 정도는 곧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 들어 재연된 강남 폭등의 과정을 보면, 정부와 지자체의 아파트 경기부양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수직폭등을 거듭했다. 각종 부동산세금 규제, 건축 규제가 풀릴 때마다 점프에 점프를 거듭해, 전고점을 돌파하기에 이른 것이다. 1월의 용적률 완화를 신호탄으로,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건립 허용, 제2롯데월드 최종 확정,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각종 아파트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고 그때마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권 아파트값은 수직 급등을 거듭했다. 정부는 노골적으로 투기를 해서라도 아파트값이 반등하기를 희망했고, 강남은 이에 부응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나홀로 폭등'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원인과 해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아니, 피했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나홀로 폭등의 원인을 모를 이 총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침묵은 자신의 발언이 기획재정부나 국토해양부 등 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의 영역 침범으로 비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품 재연이 정말 걱정이라면, 얘기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은 전형적 불로소득이자 양극화의 근원이자, 한국경제의 최대 재앙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훗날 '한국의 그린스펀'으로 불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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