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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외국인노동자 임금인출 통제 물의

연수생 도주 방지 목적, "ILO협약 위반행위"

(주)대우건설(사장 박세흠)이 자사가 고용한 ‘외국인 건설연수생’(산업연수생의 일종)들의 작업장 무단이탈이나 도주를 막기 위해 산업연수생들에게 월급 중 일부를 강제 적금을 들게하고, 심지어 이 적금을 산업연수생 본인이 인출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돈 찾으러 갔다가 인출 거부 당해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ㆍ상임대표 이철승)는 10일 서울 안국동 달개비(구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 날 기자회견 증언자로 나선 델리오(필리핀. 39) 씨는 지난 2004년 8월 (주)대우건설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대우건설은 같은 해 10월부터 델리오 씨가 받는 월급 중 일부를 매달 강제적금 하도록 했고, 이렇게 1년동안 적립한 금액만 1백80만원에 달했다.

이후 2년 가까이 대우건설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던 델리오 씨는 지난 6월 사업장 내에서의 폭행과 한국으로 올 때 진 빚을 갚기 위해 결국 사업장을 이탈해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신세로 전락했다.

생계고에 시달리던 그는 자신이 대우건설에서 일하며 적립해 두었던 적금을 찾기 위해 지난 달 31일 모 시중은행 지점에 들렀다. 그러자 은행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더니 "회사(대우건설)와의 문제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필리핀에서 건설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델리오 씨. ⓒ뷰스앤뉴스


대우건설, "도주 및 작업장 이탈 막으려"

델리오 씨는 이에 ‘포천나눔의집 외국인노동자상담소’를 방문해 도움을 호소했고, 상담소와 외노협 등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확인한 결과, 지난 2005년 7월 19일 대우건설이 이 은행에 보낸 공문이 발각됐다.

대우건설 인력지원팀장이 보낸 해당 공문은 ‘외국인산업연수생 유보금 지급관련’이라고 제목을 명시하고 있어 한눈에 봐도 적금 인출 관련임을 알 수 있다.

해당 공문은 “당사(대우건설)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의 무단이탈 및 도주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유보금제도’(인당 180,000원/월, 불입기간 12개월)를 시행하고 있는 바 동유보금에 대한 우선적 ‘원천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바”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해당공문은 “다만, 당사 인력지원팀장(지정 인출권자) 혹은 당사 인력지원팀장이 위임하는 당사 직원에 한해 동유보금 인출 등에 대한 권한이 부여된다”며 건설연수생들이 적금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우건설이 강제로 적금을 들게한 뒤, 대우건설 허락없이 적금을 인출하지 못하게 한 건설연수생만 델리오 씨를 포함해 모두 41명에 이른다.

델리오 씨가 받은 월급명세서(왼쪽)와 대우건설이 모 시중은행에 보낸 협조공문. ⓒ뷰스앤뉴스


우삼열 외노협 사무국장은 “그동안 일부 중소기업들이 강제 적금을 볼모로 산업연수생들을 노동착취해오던 불법행위를 어떻게 대기업과 거대은행마저 할 수 있냐”며 개탄했다.

김규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부지부장은 “이번 사건은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호하는 ‘임금보호협약’ 6조를 정면위반한 사건”이라며 “또 ‘인종차별추방을위한국제협약 제5조 2항 역시 위반한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철승 외노협 상임대표도 "강제 적금을 들게 한 것도 문제지만 본인 명의의 적금까지 찾지 못하게 한 것은 명백한 금융실명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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