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설임대사업자의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서민인 임차입주자들이 민간건설임대사업자의 부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취재하고 있다. 임대주택법의 ‘부도임대주택의 경매에 관한 특례’에 따라 임차인이 우선매수 신고할 수 있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최우선변제금을 제외한 임차보증금을 떼이는 현실이다. 취재결과 부도난 민간건설임대사업자 즉 민간임대아파트의 돈없는 영세서민들인 임차입주자들의 임대보증금을 구제할 방안이 없다고 하는데, 해결방안이 없겠느냐.”
졸지에 보증금을 떼이고 길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30만 가구의 1백여만 서민들 사정이 너무 안타까워 한 전화였다. 작금의 사태는 정말 심각하다. 또한 어이없기도 하다. 특히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 그러하다.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부도임대아파트 주민들.ⓒ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
지금 부도가 난 민간건설임대사업자 대부분은,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또는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았거나, 3~5년의 짧은 기간을 임대한 후 분양하도록 이익을 보장해 민간건설임대아파트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한 경우다.
그 뿐만 아니다. 건설임대사업자에게는 우선적으로 택지를 공급하고(택지의 우선공급), 임대주택건설을 위한 대지조성사업에 필요한 간선시설을 다른 주택건설사업이나 대지조성사업에 우선하여 설치하는(간선시설의 우선설치) 등의 특혜를 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임대차계약기간·임대보증금·임대료 등 임대조건에 관한 사항을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요컨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이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고 특혜를 부여하여 유도해온 게 오늘날의 민간의 임대아파트사업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원과 특혜를 받은 민간건설임대업자가 부도를 냈다면, 임차입주 영세서민인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의 당연한 책무다.
정부는 현재 기업에「물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한 자에게 그 물품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생명·신체의 손상 또는 재산상의 손해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의 손해배상의무를 지우는」 ‘제조물책임법’을 2000년 1월 제정, 2002년 7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정부는 민간기업에겐 무과실책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의무를 지우고 있으면서도, 정작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로 발생한 민간건설임대업자 부도로 생존적 피해를 입은 영세서민들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주택기금만 1순위로 회수하고 책임을 다한 것처럼 처신하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뻔뻔함이자 몰염치다.
또한 정부에게는 주택공사라는 시행건설 공기업이 있다. 주택공사가 살인적 가격의 민간아파트 분양을 통해 막대한 폭리를 취하면서도 이를 합리화해온 근거 중 하나가 임대사업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택공사가 엄존함에도 불구하고 민간건설업체에 주택기금을 지원했다면 그에 따른 관리책임은 당연히 정부 몫이다.
따라서 민간건설임대사업자 부도로 영세임차인이 보증금을 떼이는 피해를 본 것은 정부가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인 만큼 분명 정부 책임이다.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관리책임을 묻는 소송을 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정부입법은 애시당초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힘없는 영세서민을 대신해 시민단체들이 소송지원을 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제대로 법률적 지식과 돈이 있는 힘있는 집단이었다면, 이미 오래 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을 통한 이같은 대정부 투쟁이야말로 우리의 사회를 진일보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돈(주택기금)과 특혜를 부실한 민간기업에 지원함으로써 힘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 데 대해 준엄한 책임을 물을 때만 공무원들이 앞으로 관리책임을 느끼고 제대로 살피는 책임행정을 구현, ‘공무원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 '임대아파트 부도대란'에 대해 자신들의 주택기금만 회수하고 영세서민의 피해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절의 잔재를 털어버리겠다고 호언하는 참여정부답지 않은 처신이자 몰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