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스님 분신, '4대강 저지' 새국면 진입
수경스님 "나도 큰 고민하겠다", 불교계 "지방선거에서 심판해야"
불교계는 문수스님 장의를 범불교장으로 치르고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사찰에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 4대강사업 저지 운동이 불붙기 시작했고, 환경시민단체와 타종단들도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분위기다. 문수스님 소신공양으로 4대강사업 저지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양상이다.
수경스님 "저도 이제 큰 고민을 해야겠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상임대표로 4대강사업 저지를 주도해온 수경스님은 1일 오전 조계사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침통한 어조로 "마음이 참 착잡하다"며 "이론적으로는 소신공양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특히 4대강 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람으로서 문수스님 소신공양을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수경스님은 이어 "문수스님은 소신공양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특히 생명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할 종교인들에게, 종교인 가운데도 당신이 처해있는 조계종 모든 스님과 사부대중에게 큰 죽비를 내렸다"며 "저에게도 '위선을 떨지 말고 이제 정말 진정으로 생명의 문제에 대해서 정말 절박하게 느낀다고 하면 큰 결단을 해라. 큰 행동을 해라. 행동에 옮겨라. 생각만 하고 폼만 잡지 말고 정말 이 문제에 투신을 해라', 이런 가르침을 주기 위해 소신공양을 한 것 같다. 저도 큰 고민을 이제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며 향후 중대결단을 시사했다.
불교연대는 애도문을 통해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한참이나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인적 없는 강변에서 스스로 몸을 사르시다니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니요"라며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3년간 무문관을 넘지 않았던 바위처럼 굳센 수행자를 기꺼이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입니까?"라고 안타까와 했다.
불교연대는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이자,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이자, 그에 맞선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자비롭고도 고요한 항거"라며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고단한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일도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며 스님의 유지를 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방선거에서 MB정부 심판"
정웅기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처장은 "4대강 중단을 시급하게 추진하고 생명사랑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사는 일에 매진하겠다"며 대대적 4대강사업 저지운동을 예고한 뒤, 문수스님 장의절차와 관련해선 "조계사에서 5일장으로 종단장을 치를 수 있도록 유가족, 조계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주요사찰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문수스님 교수였던 중앙승가대 류승무 교수는 이날 "우리들은 사회운동을 머리로 하는데 문수스님은 항상 실천했다. 너무 부끄럽다"며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스님의 성품이었다. 스님의 숭고한 뜻이 무수한 생명들이 고통으로부터 구원받는 데 온전히 쓰여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불교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스님)도 이날 성명을 통해 “4대강 반대를 하던 문수스님은 이명박 정부에서 죽인 것이며 이명박 정부에 대해 철저히 심판해야 한다”며 △불교도들은 스스로 참회하고 반성할 것 △4대강 저지운동 추진 △지방선거에서의 이명박 정부 심판 등을 촉구했다.
조계종중앙신도회도 애도문을 통해 "육신을 불태울 준비를 하시면서 얼마나 외롭고 힘든 결정의 걸음을 하셨습니까. 아무도 보아주지 않은 잠수교 제방에서 스스로 육신을 태울 준비를 하면서 이생의 끝을 이리 맺는 마음은 얼마나 무겁고 참담하셨습니까. ‘찰칵’하고 불이 켜지는 순간 화염에 싸인 육신은 얼마나 뜨겁고 고통스러웠습니까"며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의 참혹함이 눈앞에 선합니다"라고 애통함을 금치 못했다.
조계종 총무원도 애도성명을 통해 "우리 종단은 생명평화를 염원하며 5월 31일 소신(燒身)한 문수스님의 입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라며 "이번 생에서의 정진은 비록 다하였으나, 스님이 발원한 정토세계를 모든 중생들이 함께 이뤄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라며 스님의 유지를 따를 것을 다짐했다.
현재 문수스님의 법구가 안치돼있는 경북 군위 삼성병원에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퇴휴스님과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 전 군위 인각사 주지 상인스님 등 많은 스님들이 조문을 하며 입적을 애도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충격-분노
4대강사업 저지운동을 펴온 환동운동계 및 시민사회단체들도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도 이날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을,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4대강 사업의 희생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하고,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며 "그것만이 죽음으로써 4대강의 생명을 지키려한 문수스님의 깊은 고뇌에 화답하는 길"이라며 4대강사업 즉각 중단을 촉구구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국민 70%가 반대하고, 모든 종교계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밀어부쳐 결국 스님까지 돌아가셨다"며 "지금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선거 말고는 없다"고 투표를 통한 정권심판을 호소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앞서 31일 긴급성명을 통해 "생명을 무시한 포크레인질은 결국 한 순수한 성직자의 목숨까지 앗아갔다"며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생명을 저버린 4대강 사업이 가져온 궁극의 폐단이자, 이제 4대강 생명들의 눈물이, 그 울음소리가 우리 인간에게도 전해진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을 질타했다.
환경연합은 "어느 성직자께서 자신이 입고 있는 승복을 '죄수복'이라고 표현하셨다. 4대강 사업으로 뭇 생명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것 없는 자신을 자책하며 하신 말씀"이라며 "문수스님도 그런 마음이셨을 것"이라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했다.
운하반대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도 1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너무나 안타깝고 큰 슬픔에 말문이 막힐 뿐”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강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한 성직자의 생명도 불사르는 극한의 저항을 불러오고 말았다”며 정부를 질타한 뒤 스님의 유지를 따를 것을 약속했다. 부산본부는 기자회견에 이어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에 문수스님의 입적을 애도하는 시민 분향소를 설치했다.
낙동강살리기 대구경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2.28 공원에서 문수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 등, 전국 환경단체들도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종단차원에서 4대강사업 저지를 선언한 천주교도 문수스님 소신공양에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등, 4대강사업 저지운동을 펴온 4대종단의 저지운동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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