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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권력부패가 쿠데타 불렀다!

군-경 쿠데타후 헌법 정지, 탁신 일가 해외도피, 시민들 "지켜보자"

태국 집권세력의 부패가 마침내 쿠데타를 불렀다.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 권력부패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탁신 총리 외유중 탁신 축출 쿠데타 발발

19일(현지시간) 태국 현지언론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군과 경찰은 19일 밤 탱크와 군을 동원해 방콕의 총리집무실을 봉쇄했다. 이날 동원된 탱크는 모두 14대로 총리실 봉쇄와 함께 정부청사를 장악하고 주변도로를 차단했다고 전했다.

자신들을 '행정개혁단'이라고 밝힌 쿠데타군은 육군 총사령관인 손티 분야랏글린 대장이 이끌고 있으며, 이들은 정부청사 장악 직후 계엄령을 선포하고 의회와 정부를 해산했다.

손티 사령관 등 쿠데타 세력은 19일 밤 쿠데타 직후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비공식 알현, 국왕에 대한 충성을 다짐한 뒤 새정부 구성을 추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손티 사령관은 쿠데타 직후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탁신총리의 부정부패가 국가분열을 초래했다"며 탁신 총리를 강하게 비난하고 "정치개혁을 결정할 위원회를 구성해, 정국이 안정되는 대로 권력을 국민에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일시 정지, 휴업-휴교령

쿠데타를 일으킨 행정개혁단은 19일 밤 11시 발표한 공보문서 1호를 통해 "국내 정상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3군의 장성 및 국가경찰의 수장이 방콕 및 근교의 전권을 장악했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이어 발표한 공보문서 3호를 통해서는 "행정개혁을 위해 1997년 헌법의 전문을 일시 정지(삼권 기능의 일시정지)시키는 동시에 앞으로 행정개혁단의 발표하는 규칙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행정개혁단은 20일 새벽 발표한 제4호 공보문서를 통해선 총리의 기능을 행정개혁의 수반인 폰티 대장이 맡고 각료 기능은 폰티 대장이 특별히 지명하지 않는 한 각 부처의 차관이 맡는다고 발표했다. 행정개혁단은 이어 자신들의 정책 방향을 알리기 위해 각 정부부처의 차관급 및 국장급, 그리고 방콕 및 근교의 각대학 학장 등에 대해 지정한 장소에 모일 것을 지시했다.

행정개혁단은 또 새벽 공공기관 및 은행, 학교 등에 대해 이날 휴업 및 휴교를 선언했다. 이 결정에 따라 태국 증권거래소도 이날 문을 닫았다.

19일 밤 쿠데타를 일으킨 뒤 정부 청사를 장악한 태국 군부가 공공기관 휴업령을 내린 뒤 출입을 막고 있다. ⓒAP=연합뉴스


탁신 총리 '국가비상사태' 선포후 행적 묘연

한편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이던 탁신총리는 쿠데타 직후 "내각의 승인을 얻어 지금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내용의 사전 녹화 방송을 내보내고, 탁신 총리를 수행중인 수라폰 정부대변인은 외국 언론기관들에게 "그들의 기도는 실패로 끝났고 우리가 정세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후 탁신 총리는 종적이 묘연한 상태이고, 태국에 머물고 있던 탁신 총리 일각도 20일 새벽 항공편으로 싱가포르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 일단 환영

한편 탁신 총리의 귀국을 막기 위한 일련의 집회투쟁을 준비해온 민주주의시민연합의 간부 손티 림톤궁은 20일 새벽 0시30분 ASTV의 뉴스1에 나와 "손티 육군사령사령관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개혁단이 전권을 장악한 것은 조기에 정상화를 시키고 중립적 총리에 의한 정치개혁을 실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탁신 총리의 귀국을 저지하기 위해 20일 개최할 예정됐던 시민집회도 중지했다. 

방콕시내는 시민의 항의나 소요 등은 발생하지 않고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쿠데타, 예정된 반란

태국에서는 1932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9차례 쿠데타가 발생했다. 지난 1992년 당시 수친다 크라프라윤 총리가 권력 유지를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실패했었다. 그러나 이번 쿠데타는 국민들의 저항을 받지 않는 무혈 쿠데타로 일단 성공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태국의 쿠데타 설은 올해 초부터 계속돼왔다. 지난 2001년 총리에 취임한 탁신총리는 사회보장제도 강화 등 서민의 대변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자신은 세금을 탈루하는 등 위선적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 1월 탁신 총리 가족이 보유 중이던 통신회사 주식을 싱가포르 회사에게 매각해 19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차익을 본 것으로 밝혀지면서 태국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탁신총리는 자신의 사임 요구가 거세지자 야당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해 승리했다. 하지만 태국 헌법 재판소가 선거무효 판결을 내리고 재선거를 지시해 오는 10월 15일 재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었다.

탁신총리는 이미 차기정부에서 총리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차기 정부에서도 탁신 총리가 막후에서 정치 간섭을 계속할 것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탁신 총리의 정계은퇴와 불간섭 요구가 이어졌다. 이같은 탁신 일가의 부패가 끝내 쿠데타라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 급락 전망속 쿠데타 발발, 바트화 휘청

이번 쿠데타는 탁신 총리 일가의 부패와 동시에 '무능'에 대한 반발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6년 사이 최저인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해왔다. 따라서 태국민들의 탁신에 대한 분노는 더욱 커졌고, 결국 쿠데타가 발발할 또 하나의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문제는 쿠데타 발발로 태국경제는 한층 위기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쿠데타 소식은 바트화가 급락하는 등 벌써부터 태국경제에 어두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바트화는 쿠데타 소식이 전해진 후 뉴욕시장에서 19일 오후 4시(현지시각)께 전날보다 1.3% 하락해 달러당 37.77바트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02년 7월 이후 하루 사이 최대폭 하락이다.

또한 뉴욕에서 거래되는 타이 펀드의 경우 한때 7.1% 폭락했다가 3.7% 하락한 주당 8.65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타이 캐피털 펀드 역시 4% 하락한 9.75달러에 거래가 종료됐다.

한편 이번 쿠데타로 인한 한국 교민들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쿠데타 발발후 한인회와 현지 상사들에 쿠데타 발생 사실을 통보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한편 안전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교민 사회는 정치 불안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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