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싸이월드'에 반값등록금 캠페인 중단 압력
출연자 김제동도 바꿔, 야당 "노골적인 포털 길들이기"
20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반값 등록금 이슈가 뜨거웠던 지난달 정부의 한 관계자가 포털업체인 SK커뮤니케이션즈 측에 대학등록금 인하 관련 이벤트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미니홈피로 유명한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회사다.
싸이월드에서는 올초부터 회원들이 소원을 신청하면 이를 실현해주는 '드림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마침 지난달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전국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이 캠페인에서도 '등록금 인하'가 회원들의 소원 1위를 차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선정된 소원이 등록금 인하다 보니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진행하자니 정부 눈치가 보여 지금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달 이 이벤트의 일환으로 대학생 대상 강의를 진행했는데, 강연자를 애초 방송인 김제동씨에서 노홍철씨로 급히 교체하기도 했다. 정부요청도 있었던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을 포함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던 김제동씨를 내세우기가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또 모 방송사와 대학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데, 등록금은 아예 주제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권교체기나 선거 철을 앞두고는 각별하게 언론이나 포털을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관련 이슈 등을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처리하고 있다"고 말해, 등록금 이슈에 대한 간여사실을 시인했다
<한국일보> 보도후 즉각 정치권은 정부의 '포털 길들이기'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한 일간지보도에도 나왔지만, 유명 포털 업체가 ‘드림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압도적으로 반값등록금 문제가 소원1위로 차지하자 정부 당국자가 이 캠페인을 중단하도록 요구해서 그렇게 이뤄졌다고 한다"며 "정부가 행사를 중단시키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런 캠페인을 중단시키면 우리 10대,20대들의 소원이 반값등록금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로 바뀌는가"라고 반문한 뒤, "엉뚱한 노력하는 정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일갈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노골적으로 ‘포털 길들이기’에 나섰다니 경악하고도 남을 일"이라며 "촛불을 쉽게 끌 수 있다고 여겼다가, 촛불에 덴 정부답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가 포털을 통해 사이버 공간을 적극적인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시와 간섭을 통해 통제하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의 포털에 대한 과민반응이 가히 히스테리성 알레르기 중증수준"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대통령에 대한 비판성 댓글을 삭제해 달라'고 포털에 요청한 적도 있다. YTN 돌발영상도 정부요청으로 돌연 사라졌다"며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정치권은 사이버 공간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와 여론몰이에 나설 것이다. 정상적인 여론 형성과정을 왜곡하면 반드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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