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KTX 민영화' 찬성댓글 지시 파문
'여론 조작' 시도 또 드러나 비난여론 확산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철도시설공단 내부 문서를 보면, 공단 홍보실은 지난 11일 오전 각 부서 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오전에는 포털과 다음 아고라에 댓글을 달고 오후에는 블로그글에 댓글달기를 해달라”고 지시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시민단체 등의 철도민영화 반대입장 및 조직적인 홍보에 적극 대처하라는 공단 이사장과 국토부 협조 요구가 있었다”며 “해당 부서장들은 전직원 1개 이상 댓글 달기를 하고 그 실적을 제출해달라”고 지침을 내려보냈다.
공단은 이어 4쪽 분량 38개의 댓글 예시문을 내려보내면서 부서별로 포털 뉴스게시판과 토론방을 담당하도록 업무분장 지침도 내려보냈다. 철도시설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직원들마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입장이 다 다른데 부서장들이 강제로 댓글을 달도록 지시하고 안하면 혼을 내고 있어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며 “어떤 부서는 몇 시에 댓글을 달았는지 캡처(컴퓨터 화면 사진찍기)해 제출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다음 <아고라> 등에는 공단이 내려보낸 ‘댓글 예시문’이 그대로 써 있다. ‘떼제베’ 라는 누리꾼은 지난 6일 <아고라> ‘KTX민영화 반대’ 청원운동글에 “고속철도 민간 개방은 철도운영은 우리밖에 없다는 오만에 경종을 울리고 만성 적자인 철도를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 글은 공단이 내려보낸 댓글 예시문과 똑같다. 공단 공문은 11일 직원들에게 하달됐지만 이 글은 그보다 5일 앞선 시점에 쓰여 댓글 조직이 그 이전부터 실행됐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관련 문서를 보낸 사실은 인정했으나 “각 부서장급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은 맞지만 자율적인 업무협조 요청이었을 뿐 댓글 알바 조직한 건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부서장이 업무지시를 내리는데 그걸 자율적으로 받아들일 직원은 아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철도시설공단은 또 업무 요청 문서에 ‘국토부 협조 요구사항’ 이라고 쓴 것과 관련해 “국토부 협조요청이 있었다고 해야 직원들이 더 댓글을 열심히 달 것 같아 기재한 것일 뿐 국토부의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