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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과거 출총제 폐지기간중 오너 지배력 급증"

14일 노대통령 주재 출총제 회의에 영향력 미칠 전망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존폐 여부를 놓고 정부가 14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그동안 출총제를 폐지한 기간 동안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급증했다는 국책연구기관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출총제 존폐논의때 출자구조 변화 영향 고려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출총제의 폐지 및 재도입과 기업집단의 지배권 기여지수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98년부터 2001년 출총제가 폐지됐던 기간 동안 9개의 기업집단이 지배권 기여지수 1위 계열사를 대거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출총제 존폐 여부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출자구조 변화가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 확보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7년부터 작년까지 자료가 존재하는 삼성과 LG, SK, 롯데, 금호, 대림, 동국제강, 동부, 동양, 두산, 코오롱, 한솔, 한진, 한화, 현대 등 15개 그룹 중 지배권 기여지수 1위 계열사가 교체된 기업집단은 10개로 이중 9개가 출총제 폐지기간에 발생했다. 지배권 기여지수란 특정 계열사가 그룹을 통제하는 데 있어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한 지표로, 값이 클수록 계열사 출자가 총수일가의 지배력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KDI는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지난 98년까지 지배권 기여지수 1위 기업이었던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율을 99년에서 2000년 사이에 크게 확대했으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카드,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를 잇는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을 13.34% 보유하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4.54%에 불과하다.

또 2000년까지 통제권 지수가 0이었고 통제권 기준 순위로 17위에 불과하던 SKC&C는 출총제가 폐지된 이후 SK(주) 지분을 사들이면서 SK그룹에서 지배권 기여가 가장 놓은 기업으로 부상했다. SKC&C는 최태원 SK그룹회장이 44.5%를 보유, 최대주주로 있다.

KDI가 재벌그룹의 출자행위 효과를 '지배권 기여지수'라는 개념으로 수치화한 결과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기업 제외)에서 지배권 기여지수 1위 기업들의 평균값은 1997년 17.5%, 1998년 17.6%, 1999년 20.2%, 2000년 21.2%, 2001년 26.8%, 2002년 26.3%, 2003년 28.5%, 2004년 32.9%, 2005년 35.3% 등으로 나타났다.

2위 기업들의 지배권 기여지수 평균값은 1997년 6.5%, 1998년 7.0%, 1999년 7.0%, 2000년 7.2%, 2001년 9.5%, 2002년 10.5%, 2003년 11.3%, 2004년 10.4%, 2005년 10.9% 등이었다.

KDI는 "연도별로 지배권 기여지수 1∼2위 계열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출자를 통한 기업집단의 지배권이 소수의 기업에 집중돼 있음을 뜻한다"며 1997∼2005년의 모든 자료가 존재하는 15개 그룹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이 기간 1위 계열사가 바뀐 그룹은 10개로 전체의 67%에 달했고, 이 가운데 9개 그룹에서 출총제 폐지 기간에 1위 계열사가 바뀌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KDI는 "1997년 평균 4∼5위였던 계열사들이 2005년에 기업지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로 변모했으며, 특히 이런 순위 변화가 출총제 폐지기간에 집중됐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출총제 폐지 기간에 출총제 대상 그룹의 계열사별 지배권 기여지수와 순위가 급변했던 것은 이 기간 계열사 간 출자규모와 출자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추론된다"고 분석했다.

출총제 폐지 직전인 1998년 4월 기준 출총제 대상 그룹의 출자총액은 17조7천억원이었으나 출총제가 재도입된 2001년 4월에는 50조8천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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