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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구럭도 다 잃고 미아신세 된 탈당파.

이기명
조회: 721

천상에 띄우는 편지.(18)


게도 구럭도 다 잃고 미아신세 된 탈당파.

정치란 머리만 굴려서 되는 게 아니거늘.

이 기 명(칼럼니스트)


이른바 탈당파라는 의원이 선배 정치인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네.

“선배님. 죽을 맛입니다. 언론에선 외면이죠. 국민들은 배신자라고 상대도 안 합니다. 신당창당은 꿈도 못 꾸죠. 찬밥도 아주 쉰 찬밥이 됐습니다.”
“통합신당의 필요성 판단을 모르지만 결단은 영 잘못했네. 그렇게 정치를 못 읽나.”

잘못한 결단이란 무엇인가. 탈당을 의미한 것이네. 결단인지 절단 낸 것인지는 요즘 그들의 꼴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지만 인생을 그렇게 결단해서야 절단 날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

지난번에 폼 잡고 탈당한 이들을 소개했지만 혹시 잊었을까 다시 한번 소개를 하겠네. 역사에 기록이 되야지.

김 한길 3선 문광부장관. 서울 구로을 원내대표
강 봉균 재선 재경부장관 전북 군 산 정책위의장
이 강래 청와대정무수석 전북 남원.순창. 예결위원장
이 종걸 변호사 경기 안양만안 원내수석부대표
조 배숙 판사 전북 익산 문광위원장
조 일현 강원 홍천.횡성 원내부대표.건교위원장
최 용규 변호사.구청장
김 낙순 초선 의원 보좌관 서울 양천을 수석 사무부총장
노 웅래 MBC 기자 서울 마포갑 공보부대표
노 현송 외대 교수.구청장 서울 강서을 행자위 간사
박 상돈 대천.서산시장 충남 천안을 4정조위원장
변 재일 정통부차관 충북 청원 4정조위원장
서 재관 해양경찰청장 충북 제천.단양
양 형일 조선대 총장 광주 동
우 윤근 변호사 전남 광양.구례 원내부대표
우 제창 연세대 교수 경기 용인갑 3정조위원장
우 제항 경찰청경비1과장 경기평택갑
이 근식 행자부장관 서울 송파병 2정조위원장
장 경수 지방행정연구소장 경기 안산상록 원내대표 비서실장 전 병헌 국정홍보처 차장 서울 동작갑 대변인
제 종길 해양연구원 경기 안산단원 5정조위원장
주 승용 여수시장 전남 여수을 건교위 간사
최 규식 한국일보 기자 서울 성북을
이 상 23명

이 밖에도 의리의 사나이로 소문 난 염 동연을 비롯해서 천 정배 이 계안 최 재천이 있지만 작당탈당으로 볼 수 없는 점이 있어 위의 인물들 보다는 좀 낫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나중에 뜬금없이 혼자서 달랑 탈당한 김 태홍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고 자기 혼자만 아는 이유도 이유는 이유니까 그냥 내 버려두지.

독수리 5형제라는 만화영화가 있네.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들. 이들의 이름은 정치판에서도 가끔 써 먹더군. 2003년 한 나라 당에서 탈당을 한 5명의 의원이 있었네. 이 부영 이 우재 김 부겸 김 영춘 안 영근 등 다섯 명인데 한 나라 당으로는 분명히 배신자겠지.

그러나 국민들은 이들을 배신자라고 하지 않았네. 결단이라고 했네. 이 미경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소속 당이 제출한 법안에 대해서 혼자서 반대를 했네. 기립표결에서 당당하게 일어섰네. 당에서는 배신자라고 성토했지. 그러나 역시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네.

저 추악한 3당 야합 때 김 영삼을 따라 통일민주당 의원들이 들쥐처럼 몰려 갈 때 노 무현과 김 정길은 단연코 거부했네.

김 영삼은 배신이라고 했겠지. 자기가 국회의원 만들어 줬는데 은혜를 모른다고 말일세. 이게 배신인가. 소신인가. 노 무현의 원칙은 고뇌의 순간마다 결단으로 이어졌네.

배신의 역사는 오래고 배신의 결과는 비참하지. 우선 역사는 배신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네.

조폭의 세계에서도 배신자는 죽음이네. 자네도 대부라는 영화를 봤지. 배신자들이 어떻게 죽던가. 비록 형제라 하더라도 배신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네.

배신에 대한 대가는 비참하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네. 아무리 자기합리화를 위해서 별의 별 이유를 갖다 부처도 견딜 수 없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가슴 속 불쌍한 양심이네. 그래서 양심이 무섭다는 것 아니겠나.
열린 우리 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은 거창한 이유를 달았네. 자신들이 탈당을 해야만 당이 살고 정권재창출을 한다고 장담했네.

그들은 비장했네. 전 병헌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면서 감내할 고통”이라고 했네. “따뜻한 온돌을 떠나 차가운 벌판으로 나간다.”고 했다네. 한 가지는 맞네. 지금 그들은 배신자란 차가운 냉대 속에서 떨고 있네.

염 동연이 더욱 비장했네.

“저는 오늘 부여를 떠나 졸본으로 갑니다. 흩어진 옛 조선의 유민들을 모아 한 나라 당과 싸우겠습니다. 강철검은 마음속에 있습니다.” 다시 들어도 비장하네.

염 동연은 나라를 구할 새로운 주몽을 기다리며 길을 떠난다고 했네. 주몽을 염 동연이 어디서 만날지 궁금하지만 드라마 ‘주몽’도 끝이 나니 어쩔지 궁금하구먼.

양 형일이란 조선대 총장을 지낸 광주 동구 출신 의원은 청와대 초청만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386의 모습을 “자만과 오만이 넘실거리더라”고 표현했고 아마 이때부터 탈당을 각오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

거대한 명분으로 그들은 탈당을 결행했고 기획의 달인이라는 김 한길을 비롯해서 강 봉균 이 강래 이 종걸 등은 매일 언론의 각광을 받았네.

원 풀고 한 푼 것이지. 그들이 언제 그처럼 언론의 조명을 받겠나. 스타가 된 기분이었을지도 모르네. 헌데 그게 아니었네. 별은 별인데 그만 떨어지면 그만인 별똥별이었네.

인기연예인이 박수를 받지 못하면 대기실에 앉아서 펑펑 운다고 했던가. 카메라의 휘황찬란한 조명을 받으며 TV화면을 가득 채우던 탈당파들도 이제 방구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박 군.
이번 탈당파들의 면면을 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은 이들의 대한 정치판의 평가가 차기 총선에서 별로 희망이 없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네.

열린 우리 당의 지지가 형편없고 자신들의 의정활동 역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판국에 다음 선거에서 낙선은 걱정되고 결국 머리 굴려 생각 해 낸 것이 당과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통합을 명분으로 탈당한 것인데 이게 천하의 악수인줄 누가 알았겠나.

탈당이라는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국민이라는 재판관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데 떨어진 판결은 역시 “배신자”네.

아아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렇게 국민들이 냉정하단 말인가.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고 국민의 심판은 준엄한 것이네.

“선배님. 죽을 맛입니다. 언론에선 외면이죠. 국민들은 배신자라고 상대도 안 합니다. 신당창당은 꿈도 못 꾸죠. 찬밥도 푹 쉰 찬밥이 됐습니다.”

탈당파 의원이 이제야 자신들의 현 주소를 제대로 인식한 것이네. 배신을 말 할 때 흔히 “시이저”를 찌른 “브르터스”를 예로 들지만 “브르터스”는 분명한 명분이 있었네. 독재의 예방이네.

그렇다면 탈당파가 주장하는 명분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바로 그들의 대한 국민의 차디찬 시선이 잘 설명해 주고 있네. 추악한 이기주의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지.

대의와 명분을 잃어버린 탈당파들의 행동은 오늘의 정가에서 ‘존재가치’를 상실했네. 탈당의 한 명분으로 삼았던 통합신당 추진 작업도 물 건너갔네. 누가 배신자와 함께 한단 말인가.

탈당파의 한 축인 천 정배는 잔득 기대를 가지고 김 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 갔지만 “탈당을 했지만 통합정당이나 선거연합을 이뤄내 단일 후보를 세우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충고만 들었지.

그들은 덕담이라면서 자위하는 모양인데 충고와 덕담도 구별 못하면서 헷갈리고 있다네.

대변인을 한다는 양 형일은 “국회가 끝나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전국을 다니며 호소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건 자기들 희망사항이네. 푸대접의 확산 속도는 빨라지겠지.

없었던 명분이 돌아다닌다고 생길 리 있으며 배신자를 혐오하는 인간의 기본 정서가 바뀔 리가 있나. 염치없는 욕심일세.

그러나 저러나 김 한길은 어디로 갔나. 어디 가서 행방이 묘연하단 말인가. 탈당을 주도할 때 마치 정가의 주인공처럼 언론을 누비던 그의 모습이 화면에서 사라졌네.

자신의 기획탈당이 빛나는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상심한 나머지 칩거에 들어간 것인가. 혹시 정치은퇴를 깊이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 한길은 무슨 말이든 해야 하네. 그를 따라 탈당한 죄 없는 인간들이 불쌍하지 않은가.

염 동연은 또 어디 갔는가. 주몽을 만났는가. 만났으면 그는 누구인가. 만나서 국가백년대계를 위해서 어떤 논의를 했는가. 조선의 유민들은 얼마나 모았는가. 국민한테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전 병헌은 차가운 벌판으로 나간다고 했는데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차가운 벌판이 아니라 따뜻한 온돌에서 할 일 없어 빈둥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30명이 넘는 탈당의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의 소용돌이 속에서 눈 굴리고 있다가 한 나라 당으로 입당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달겠지. 핑계에는 달인들이니까.

탈당파들의 거취가 궁금하네. 정치를 그만둔다면 간단하지. 그러나 한번 맛들인 마약 같은 정치를 그만 둘 수 있겠나. 전제는 있지만 해법이 하나 있네.

엎드려 잘못을 빌고 받아 준다면 복당을 하는 것이네. 수필가 전 숙희 선생이 쓴 “탕자의 변”이란 수필을 한번 읽어봤으면 하네.

또한 이를 계기로 정치판을 정화할 필요가 있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려놓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못된 미꾸라지가 물을 흐려놓지 못하도록 정치판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해야 하네.
정치를 더럽게 만들고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정 떨어지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저질 정치인과 그들에 대한 국민의 관용이네.

못 된 짓을 한 정치인은 퇴출시키고 다시는 정치판에 발을 못 부 치도록 한다면 추악한 정치인이 사라지지 않겠나.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선거 때가 되면 장마에 지렁이 기어 나오듯 출마를 하고 자비심 많은 국민들은 혈연 학연 지연 등 연줄을 생각해 다시 살려주고 있네.

그러니 정치꾼들은 죄를 저지르고도 반성과 두려움은커녕 오히려 속으로 국민을 비웃는다고 생각하네.

특히 지역 정치인들의 경우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뻔히 아는데도 선거에서 당당하게 당선되어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것을 보면 과연 이 나라가 정치적으로 희망이 있는 나라인가 절망할 때가 많다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바둑하고 정치인이라고 하지 않든가.

이제 탈당파들은 행동으로 잘못을 빌어야 하네. 늦었지만 그게 바로 사는 길이고 제대로 된 결단이라고 생각하네. 망서 릴 것 없이 더 시간 가기 전에 결단을 해야 하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이 말 역시 진리라네. 오늘이 정월 대보름날. 떠오르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들어 준다는 데 나는 무슨 소원을 빌까. 우리 정치인들이 제발 철 좀 들게 해 달라고 빌 작정이네. 편히 쉬게나.

2007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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