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탈당선언문을 낭독하고 무소속이 된 임종인 의원이 탈당직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 국민을 버리고 배신했다. 그래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버렸다”며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사람에게 선택지를 주기 위해 탈당했다고 탈당 결심까지 지난 1년여 동안의 고민을 토로했다.
“국보법 폐지실패, 대연정 추진, 대북특검수용 등 문제투성이”
임종인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가진 1시간 동안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의 책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제일 크다.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지 못했다. 당의장과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뚜렷한 정책이 없었으며 관료와 재벌이 지배하는 사회를 바꾸지 못했다”며 "노 대통령은 향후 자기 스스로 정치의 룰을 만들려 하면 안된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임 의원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대표적 실정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실패 ▲분양원가 공개 실패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추인해준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행태 ▲대북 포용정책을 뒤흔든 대북특검 수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 등 다섯가지를 들고, "정책실패 및 지지층 배신 등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한 뒤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진정한 민주개혁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했다.
임 의원은 “지역의 당원들, 운영위원, 대의원, 고문들과 논의한 결과 20%는 상황을 보면서 하라고 했으나 대부분인 80%는 빨리 탈당을 결행하라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이후 이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작년 12월 홈페이지 글과 토론회 등을 통해 탈당 의사를 비친 데 이어 최근 상황을 보면서 지난 주말에 지지자들과 의논한 뒤 최종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바르지 않은 것은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옳은 것과 다른 것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같이할 수는 없다. 열린우리당의 노선이 한나라당과 똑같이 하는 것은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같이하는 것”이라며 “절대 항복하는 정치인이 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나 특권층과 재벌에 대해 옹호하는 보수적인 사람들과 신당과 해서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개혁적인 분들이 그들과 같이 어울리면 결국 더 망하게된다.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내와 대학생 아들이 탈당선언문을 읽어보더니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 항상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고 자신의 어려운 결정을 이해해 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음은 22일 탈당 선언 직후 의원회관에서 가진 임종인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임종인 의원은 탈당 선언 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국민을 버리고 배신했다. 그래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버렸다”고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보인 정치적 실패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 김홍국 기자
“의원 수 중요하지 않고 지지자 선택 받을 수 있는 진정성 보여야”
뷰스앤뉴스 한나라당에서 비판을 제기하고 있고 당내에서도 갑작스런 탈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임종인 의원 다른 정치인이나 정당의 반응을 보고 탈당선언을 하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신경 쓰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겠다.
뷰스앤뉴스 당 지도부나 다른 정치인들과 같이 논의를 했는가
임종인 의원 나는 이것이 누구와 상의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 지지를 잃은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국민을 버렸다. 지지층을 배신하는 정책을 했다. 그래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버렸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내 정치인중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그래서 현실적인 정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국민들의 지지가 없으므로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고 수는 중요하지 않다.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사람에게 선택지를 줘야 한다. 그래서 이제 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노선과 진정성이 중요하다.
뷰스앤뉴스 누구와 의논했는지, 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임종인 의원 정치의 기반인 지역에서 지지자와 관계자들과 논의했다. 당원들, 운영위원, 대의원, 고문들은 탈당이냐, 아니냐가 아니고, 빨리 탈당하라는 것을 대다수 의견으로 제시했다. 물론 천천히 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천천히 상황을 보고 당과 상의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탈당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각각 8 대 2 정도였다. 그동안 의정활동을 보면서 했기 때문에 지지자들과는 상당히 의견이 일치해있다. 일부 지지자나 지인들을 포함해 모든 분들과 상의를 못해서 미안하다.
“혁명적 지지를 받았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거꾸로만 갔다”
뷰스앤뉴스 열린우리당의 현실적인 정치능력에 절망감을 느끼는 것 같다. 과연 어떤 점들이 이런 탈당을 결행하도록 했는가.
임종인 의원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혁명적 지지를 받았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거꾸로만 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포함해 민생과도 관련되는 상황마다 나를 가슴 아프게 했다.
결국 5가지다. 첫째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것이다. 가장 큰 것은 사회적으로는 국보법 폐지에 실패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내주고 한나라당이 결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되는 것으로 정치구도를 만들었다. 둘째, 분양원가 공개를 못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참여정부는 분양원가 공개 등을 하지 않음으로서 부동산 대란을 불러왔고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세번째,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추인해준 것이다. 네번째는 외교안보정책에서 대북특검을 수용한 것이다. 그래서 대북 포용정책이 흔들렸다. 다섯 번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이다.
이번 과정은 어떻게 올바른 정치를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1차로 12월6일 홈페이지에 ‘정계개편, 통합신당 재창당 모두 정답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계개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차로 12월14일에도 ‘민주세력, 정계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를 통해 내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3차로 오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대해 ‘참여정부 우리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과 대안모색’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한국사회의 현안과 문제점에 대한 대안 모색과 함께 올바른 정치에 대해 고민해왔다.
“철학 없이 국민희망 저버린 노 대통령 정치 룰 만들려하면 안돼”
뷰스앤뉴스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나. 임종인 의원 노무현 대통령이 제일 크다.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다음은 우리당 지도부다. 당의장과 원내대표가 거기에 해당될 것이다. 뚜렷한 정책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관료와 재벌이 지배하는 사회를 바꾸지 못했다.
뷰스앤뉴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있고 정치적인 행보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임종인 의원 그러면 안된다. 자기가 정치의 룰을 만들려 하면 안된다. 탈당선언문에 거론한 내용을 보면 모두 나와있다. 당시 2002년 노 대통령은 반미면 어떻냐, 자주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포함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국민들을 배신했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그렇고 평택 대추리사태가 또 그랬다. 대북정책의 경우 포용정책이 위기에 놓였고, 사회경제적으로 한많은 눈물을 닦아준다던 약속은 공중으로 증발해버렸다. 분양원가 공개가 좌절됐고, 법인세 논란이나 기업도시특별법을 통해 전국의 투기장화가 가속화된 것이 그것이다. 전국에서 땅값이 참여정부 기간 2천조원이 올랐다.
나는 그동안 당에서 징계를 두 번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과 중산층 편에서 서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당에서 욕을 먹으면서 결정적으로 혼자서 한 것이 3가지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글을 써서 반대한 것이 첫째다. 둘째는 미국에 대한 굴종외교와 일방적인 행태를 나무라기 위해 평택 대추리에 간 것이다. 세 번째가 비정규직 3법에 반대한 것이다. 모두들 외면해 나 혼자서만 했고 실제 외로웠지만 결행했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으로 보면 의원들 모두 내 행동에 찬성해야 하는 것이었다.
사실 결정적인 것은 대연정이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특히 반대 입장을 보일 줄 알았던 대부분 의원들이 찬성해서 놀랐다. 그리고 모욕을 엄청나게 당했다. 그래서 대연정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거절로 무산됐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찬성을 주장하던 많은 의원들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거절 이후 입을 닫는 것이 놀라웠다. 그들에게 대연정이 소신이었다면 노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거절당한 뒤에 계속 주장해서 관철시켜야 했는데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너무 의아했다.
뷰스앤뉴스 가족들 반응은 어땠는가.
임종인 의원 아내와 대학생 아들이 탈당선언문을 읽어보더니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 항상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임종인 의원은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기존 정치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정치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각오에 찬 모습을 보였다. ⓒ 김홍국 기자
“한나라당과 똑같이 하는 것은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같이하는 것”
뷰스앤뉴스 한국사회에서 정치는 현실적인 것이기도 하다. 만일 민주개혁세력을 모아간다면 그 힘이 커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믿을만한 정치세력이라는 믿음과 안정감을 줘야하지 않을까.
임종인 의원 물론 세력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올바르지 않은 것은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옳은 것과 다른 것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같이할 수는 없다. 열린우리당의 노선이 한나라당과 똑같이 하는 것은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같이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을 따른 것을 반대하는 것이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지지층이 얼마나 많은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비정규직법안 통과 시 많은 의원들이 막았어야 한다. 이라크 파병 당시 정부에 대해 철군안을 안내면 부결시킨다 해놓고 그냥 하도록 인정하는 것은 문제다. 타협하는 정치인이냐. 이는 타협이 아니라 항복하는 정치인다. 절대 항복하는 정치인이 될 수는 없다.
국민 지지는 기대를 했던 노 대통령과 우리당 못해서 이런 엉터리가 어디있냐. 노 대통령의 심판 의미가 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하는 진정성을 가진 세력이 있어야 한다.
(벽에 걸린 이순신 장군의 시조 ‘한산섬 달밝은 밤에’를 가리키며) 늘 외우고 보는 시조다. 낭독하며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할 지를 항상 생각한다. 국민들이나 나를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이 시조의 글귀를 권하고 싶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茄)는 남의 애를 끊나니.
(시조를 읊조린 뒤) 작년 9월에도 한산섬에 가서 그 자리 수루에 낮아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가늠해봤다. 탈당 전에도 그 마음을 생각했다.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열린우리당에서 따뜻한 밥을 먹었으면 모르나 찬밥을 먹었기 때문에 풍찬노숙하는 심정으로 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과 만나겠다. 노선을 같이 하자고 권유할 것이다. 다른 당 의원들을 많이 만날 것이다. 물론 다 만났고 많이 만났다. 시민단체 사람들도 만났다. 시민단체의 대표들이나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 것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특권층과 재벌에 대해 옹호하는 보수적인 사람들과 신당과 해서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개혁적인 분들이 그들과 같이 어울리면 결국 더 망하게된다.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해나갈 것이다. 만나면서 같이할 사람들과 함께 한국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겠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작은 눈뭉치에서 출발해 눈들을 함께 모아굴려가면서 큰 눈덩이가 돼서 마침내는 큰 눈사람을 보고야말 것이다. 지켜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