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진 출신의 이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렉서스를 꿈꾸며'라는 글에서 "열린우리당이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라는 훌륭한 상품을 팔 수 있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나는 그러한 특단의 조치의 대전제는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강령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죽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열린우리당 해체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더욱이 그 상품의 품질과 상관없이 열린우리당이라는 상표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 우리 스스로 임에야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그 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일본의 도요타가 `렉서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호평받을 수 있었던 것처럼 정치의 렉서스를 꿈꾸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말해, 향후 신당 참여를 통해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탈당사를 띄운 이 의원은 24일께 탈당계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그동안 김근태 당의장의 비서실장 등을 맡아 국민적 외면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재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부동산대란시 싱가포르식 환매조건부 분양 등 혁신적 대안을 제기했으나 열린우리당이란 간판과 틀을 갖고선 재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김근태 의장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뒤 거취를 고민해왔다. 이 의원은 한때 정계은퇴까지 생각했으나,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신당 창당을 추진하기로 최종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종인 의원에 이어 이계안 의원도 탈당 선언을 함에 따라 우리당 의석수는 1백37석으로 줄어들게 됐으며, 천정배 의원 등 '당 해체파'의 탈당도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죽어야 산다"며 23일 탈당을 선언한 이계안 의원. ⓒ연합뉴스
다음은 이 의원의 탈당사 전문.
`렉서스를 꿈꾸며"
2006년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3,259.9억U$입니다. 그중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철강, 전자제품 등 상위 5개 상품의 수출액은 1,132.2억U$로 총 수출액의 약 35%에 달합니다.
저는 고맙게도 3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통해 바로 그 수출 상위 5개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모두 경험하였습니다. 조선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석유화학, 철강, 전자 회사의 임원으로, 자동차회사는 사장으로 일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말석이나마 참여해서 일한 제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은 압축성장이라고 말하는 짧은 기간의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빈부격차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서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제가 매료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해서 「잘사는 나라」,「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 정책 등 「열린우리당 표」 상품을 설계하고 만들어서 시장에 나갔지만, 상품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한 채「열린우리당 표」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이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일찍이 일본의 도요타는 나름대로 자동차를 잘 만들어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여러 Test를 통해 미국 어느 차보다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도요타 제품이 별수 있나’라는 인식 때문에 막상 미국 소비자로부터는 별반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설계로, 철저한 품질관리로, 완벽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한 어떤 노력도 「일제(日製) 도요타 자동차는 별로」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도요타는 이 문제를「렉서스(LEXUS)」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함으로써 극복하였습니다.
새로운 설계, 철저한 품질관리, 완벽한 애프터서비스로 승부했지만 좋은 반응을 보지 못한 일본산 도요타 자동차 대신, 일제(日製)도 도요타도 아닌 「렉서스(LEXUS)」라는 새로운 BRAND만을 붙인 고급차로 미국 소비자에 다가갔고, 이 전략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똑같은 일제(日製), 똑같은 도요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새로운 차, 새로운 개념의 BRAND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실제와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현상을 마케팅전략으로 극복한 도요타를 보며 저는 열린우리당을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겹쳐서 보이는 열린우리당이 만든 상품은 그 효능과 품질은 따져보지도 않은 채 외면하는 국민들께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라는 훌륭한 상품을 팔 수 있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러한 특단의 조치의 대전제는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강령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죽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더욱이 그 상품의 품질과 상관없이 열린우리당이라는 상표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 우리 스스로 임에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정치의 렉서스(LEXUS)를 꿈꾸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용서와 사랑을 간곡히 청합니다.